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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남쪽의 한 국경마을, 도시 한복판에 벨기에땅 있어
두 나라 방역정책 서로 달라 혼란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국경선을 공유하는 네덜란드와 벨기에의 두 국경 도시가 있다. 네덜란드 남부의 바를러-나사우, 그 안에 있는 벨기에 땅인 바를러-헤르토흐다. 그런데 최근 이 두 도시가 양국의 정반대 코로나 방역 정책 탓에 큰 혼란을 겪고 있다고 한다.

두 나라의 국경선 중간에 위치한 네덜란드 남부의 바를러-나사우는 충북 증평군(81㎢)보다 조금 작은 네덜란드 땅(76㎢)이지만, 이 안엔 서울 서초동만 한 벨기에 땅인 바를러-헤르토흐가 위치한다. 이게 다가 아니다. 헤르토흐 안엔 또 8개의 네덜란드 영토(enclaves)가 존재하고, 나사우 안에도 헤르토흐 같은 벨기에 땅 조각이 22곳이나 있다. 영토 안에 상대방 영토가 물리고 물린 것이다.

영국 BBC방송은 "두 나라가 '아메바(amoeba)' 모양의 국경선을 갖게 된 것은 12세기 이 지역의 영주들이 서로 땅 거래를 하고 세습한 까닭"이라고 전했다. 1995년에야 현재의 국경선이 확정됐다. 그러다 보니 2700명이 사는 헤르토흐엔 거리 한가운데는 물론, 종종 집 안과 건물 바닥에까지 양국을 가르는 십자(十字) 표시의 국경선이 어지럽게 그어져 있다.

평소엔 유럽연합(EU) 국가 간 이동의 자유를 보장한 솅겐 조약으로 인해 양측 교류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 많은 주민은 사는 곳과 가게를 양쪽에 두기도 한다. 그런데 8415명(8일 현재)이 코로나로 숨진 벨기에가 3월 18일부터 식료품점·약국을 제외한 모든 상점을 폐쇄하고 외출도 엄격히 통제하면서 시내 상점과 주민들의 혼란과 갈등이 시작됐다. 벨기에령(領) 헤르토흐시에 속한 가게들은 모두 문을 닫았지만, 벨기에 쪽 가게 바로 옆이나 건너편에 있는 네덜란드 꽃집·장난감 가게·카페·미용실 등은 모두 영업한다. 네덜란드 정부가 유연한 사회적 거리 두기 정책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대형 의류체인도 네덜란드 쪽 매장은 영업하지만 벨기에 땅인 남성 속옷 코너는 폐쇄됐다. 또 벨기에 쪽 주민은 외출 제한 명령 탓에 코앞의 네덜란드 가게도 못 가며, 벨기에 경찰은 드론까지 띄워 감시한다.

벨기에 정부는 4일 대중교통 수단을 다시 운영하면서, 버스 안에서 마스크 미(未)착용 시 250유로(약 33만원)의 벌금을 물리기로 했다. 그러나 이 지역 버스는 양국 땅을 넘나드는데, 네덜란드 정부는 테러 등의 이유로 공공장소에서 얼굴을 가리는 것에 반대한다. 벨기에령 헤르토흐시는 궁리 끝에 "벨기에 땅에서 탈 때는 착용하고, 네덜란드 거리에선 벗어라"고 조언했다.

[그래픽] 바를러-헤르토흐(벨기에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