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공화당이 주도해 법안 발의, 대사관 주소에 '리원량' 들어가
美, 2018년엔 러대사관 거리명 푸틴 정적 이름인 '넴초프'로 바꿔

미 공화당이 워싱턴 DC의 주미 중국 대사관이 위치한 거리명을 중국 코로나 감염 실태를 고발한 중국 우한 의사 '리원량(李文亮)'의 이름으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우한연구소 유래설을 주장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 공격에 보조를 맞추는 것이다.

공화당은 7일(현지 시각) 상·하원 공동으로 워싱턴 DC의 주미 중국 대사관 거리명을 바꾸기 위한 법안을 발의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법안에 따르면 위싱턴DC 북서부에 있는 현 주미 중국 대사관의 공식 주소는 '3505 인터내셔널 플레이스'에서 '리원량 플라자'로 바뀌게 된다. 일반적으로 거리명을 정하는 권한은 지자체에 있으나 각국 대사관 부지는 미 연방 정부 권한에 속해 연방 법률의 구속을 받는다.

법안 발의에 참여한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중국 대사관 거리명 개명(改名)은 리원량의 유산을 결코 잊히지 않게 하려는 것"이라며 "미국이 억압하는 자가 아닌 억압받는 자의 편에 서 있다는 것을 중국 정부와 중국 공산당에 확실히 상기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리원량은 코로나 발병을 폭로했다가 중국 당국의 조사를 받았고 지난 2월 결국 코로나에 감염돼 숨졌다.

미 의회가 각국 대사관 거리명 변경으로 정치적 메시지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미 워싱턴DC 시의회는 2018년 1월 주미 러시아 대사관 앞 위스콘신대로 일부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적(政敵)이자 2015년 괴한의 총에 맞아 숨진 야권 지도자 보리스 넴초프의 이름을 따 '보리스 넴초프 플라자'로 명명하는 조례를 통과시켰다. 미·소 냉전 시기인 1984년엔 미 의회가 당시 소련 대사관 앞길을 소련의 핵물리학자이자 반(反)체제 인사인 안드레이 사하로프의 이름을 따 '안드레이 사하로프 플라자'로 바꿨다. 2016년에는 미 의회가 주미 중국 대사관 앞 거리를 중국 반체제 인사 이름을 따 '류샤오보(劉曉波) 플라자'로 바꾸는 법안을 통과시켰으나 당시 오바마 미 대통령이 서명을 거부했다.

한편 공화당은 이날 코로나와 중국의 연관성을 광범위하게 다룰 태스크포스를 하원에 설치했다고 발표했다. 차이나 태스크포스는 향후 코로나 바이러스 기원과 확산에서의 중국 역할에 대해 조사할 방침이다. 기고자 : 임규민 기자
본문자수 : 1139
표/그림/사진 유무 : 없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