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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세 K리그 최고령… 달콤한 골맛… 닥공 전북, 개막전서 수원에 1:0
축구 종주국 영국 BBC도 생중계, AP·AFP 등 외신 5곳 기자 몰려

전북 현대의 이동국(41)은 20대 시절 K리그(국내프로축구) 간판 공격수로 활약하며 2007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프로축구) 미들즈브러에 이적했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두 시즌 동안 정규 리그 '노골'이라는 불명예를 떠안고 K리그에 쓸쓸히 돌아왔다.

어느덧 K리그 최고령이 된 이동국은 8일 전북 현대와 수원 삼성의 K리그 개막전(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라이언 킹(별명)' 진가를 드러냈다. 0―0이던 후반 38분 동료가 왼쪽에서 올려준 코너킥을 노련하게 머리로 방향을 틀어 상대 골망을 흔들었다. 후반 15분 교체 투입돼 결승골을 터뜨린 이동국은 코로나 바이러스 치료에 헌신하는 의료진들에게 이 골을 바친다는 의미의 세리머니를 했다. 그는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의료진들이 많은 고생을 했다. 감사함의 표시로 경기 전 동료들과 약속했던 세리머니였다"고 했다.

41세 노장 공격수의 세리머니에 유럽 축구도 반응했다. 영국 공영 방송 BBC는 속보로 "거의 두 달 만에 전하는 축구 골 소식이다. 41세 이동국의 득점"이라고 전했다. 이동국의 전 소속팀 미들즈브러 구단 역시 공식 소셜미디어(SNS)에 그의 골 소식을 전해 눈길을 끌었다. 이동국의 개막 첫 축포는 2012년, 2018년에 이어 개인 통산 3번째다. 사상 첫 통산 80골-80도움을 노리는 그는 이번 골로 통산 최다 골 기록을 225골(77도움)로 늘렸다.

전북은 당초(2월 29일)보다 69일 늦게 펼쳐진 개막전에서 수원을 상대로 1대0으로 승리하며 K리그 사상 첫 4연패를 향한 순항을 시작했다. 두 팀은 베스트 라인업으로 맞붙었다. 지난 시즌 리그 챔피언 전북은 전매특허인 '닥공(닥치고 공격)' 축구를 펼쳤지만, 수원의 밀집 수비를 좀처럼 허물지 못했다. 전북은 후반 30분 수원의 미드필더 안토니스(호주)가 전북의 손준호에게 거친 태클을 하면서 퇴장당해 수적 우위를 점한 끝에 베테랑 공격수 이동국이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날 개막전은 무관중으로 진행됐다. 경기장엔 관중의 박수도 함성도 없었다. 사전 녹음된 전북 서포터즈 응원곡만 울려 퍼졌다. 텅 빈 관중석에 비까지 내려 공기가 서늘했다.

하지만 전 세계 축구 팬들의 이목이 쏠렸다. 영국 BBC는 이날 K리그 개막전을 생중계하며 "팬도, 선수들 간 악수도 없지만 흥미롭다. K리그(한국프로축구)는 생중계니까!"라고 소개했다. '축구 종가' 영국에서 국내 프로축구가 실시간 전파를 탄 것은 처음이다. BBC 홈페이지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실시간 중계됐는데, 2만1000여명이 동시 접속할 정도로 관심이 뜨거웠다. 이날 전주월드컵경기장엔 AFP, AP, 로이터, 일본 후지TV 등 외신 5곳의 기자들이 몰렸다. 한국프로축구연맹에 따르면, BBC를 비롯해 영국·독일·중국·호주·러시아 등 36국 언론 매체가 K리그 올 시즌 중계권을 구매했다.

온라인에선 열띤 응원전이 펼쳐졌다. 무료 생중계된 K리그 공식 유튜브엔 2만2000여명이 몰렸다. BBC 스포츠 리포터 존 베넷은 자기 소셜미디어에 "축구가 그립긴 하지만 잘 모르는 팀에 몰입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7분 만에 전북을 향해 '열정을 보여줘!'라고 외쳤다"라고 털어놨다.

한 외국인 팬(트위터명 Luke)은 전북 공격수 이동국이 과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미들즈브러에서 뛰었던 시절의 유니폼을 입고 "이동국을 보고 12년 만에 다락에서 꺼냈다"며 기뻐했다. 팬의 사연을 전해 들은 이동국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영국에는 팬들이 얼마 없을 것 같다"며 넉살을 부렸다. 그러면서 "그들에게 생존 신고를 하게 되어 다행이다. 세계적으로 (K리그 개막에) 관심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개인적인 플레이보다는 K리그 수준이 높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했다.

[그래픽] K리그(앞이 홈팀)

기고자 : 전주=주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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