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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텔 건설현장 직접 일해봤습니다

공사장 한편에서 섭씨 3000도짜리 불꽃이 튀었다. 산소용접기로 철제 구조물을 절단하고 있었다. 거기서 채 3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화기 엄금'이라고 적힌 고압가스 저장소가 있었다. '가연성가스 또는 산소의 저장설비는 화기(火器) 취급 장소로부터 8m 이상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법규는 이곳에선 없는 것과 다름없었다. 심지어 가스 저장소 1m 앞은 지정된 '간이 흡연장'이었다. 쉬는 시간이면 우르르 몰려와 담뱃재를 털어댔다. 지하에는 목재를 자르며 발생한 톱밥이 발을 내디딜 때마다 공기 중으로 퍼져 나갔다. 자르고 남은 자투리 목재는 바닥 여기저기에 방치됐다. '간이 흡연장'으로 올라갈 시간이 없는 인부들에게는 공사장 지하 곳곳이 '자체 흡연장'이었다. 이를 지적하는 안전관리인은 없었다.

기자는 지난 7·8일 서울시 구로동 한 인력 사무소를 통해 속칭 '잡부'로 불리는 '보통 인부'로 일했다. 다른 인부 6명과 함께 서울 삼성동 한 오피스텔 신축 공사 현장에 파견됐다. 이틀간 일하며 둘러본 현장 안전 관리 실태는 언제 다시 대형 사고가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부실했다. 이천 물류창고 화재 참사(4월 29일) 이후 문재인 대통령은 "무엇보다 안전한 일터를 만들어 산재를 줄이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장 근로자들은 "달라진 게 없다"고 했다.

건설 근로자로 일하려면 정부가 민간에 위탁해서 진행하는 4시간짜리 안전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기자는 지난 1일 이 교육을 받았다. 강사는 각종 사고 사례를 언급하던 끝에 '덕담'처럼 "현장 나가시면 본인 안전은 알아서 챙기셔야 됩니다"라고 했다. 그 말의 의미를 7일 현장에 오고 나서야 알 수 있었다.

아침 7시 30분쯤 현장사무소에 도착해 건설 사업자가 진행하는 법정(法定) '안전교육'을 또 받았다. 교육은 5분 만에 끝났다. "진흙발로 공사장 밖 배회 금지" "화장실은 옆 건물 3층" 등을 알려줬고, 안전에 대한 내용은 거의 없었다. 교육엔 안전에 역행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민원 들어오니 담배는 공사장 안에서 피우라"고 했다.

이후 직원이 교육 확인 서류를 들고 와 서명을 받았다. 기자도 안전모, 안전벨트, 각반, 안전화를 지급받았다고 서명했다. 실제론 안전모만 받았다. 교육 담당자는 "불편하실까 봐 안전벨트는 형광색 플라스틱 조끼로 대체했다"고 했다. 이날 현장 작업자는 30여 명. 아무런 기술이 없는 기자는 지상에서 흙포대를 나르거나 정리하는 작업을 맡았다.

오전 11시, 굴착기 한 대가 굴착기 버킷(흙 담는 부분·손) 안에 인부를 태우고 지상 2m 높이로 들어 올렸다. 전선(電線) 철거 작업이었다. 지난 1일 받았던 안전교육에선 '사람 수송용이 아닌 장비에 사람이 탑승하는 것이 인명 사고로 이어지므로 절대 금지'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었다.

이런 식으로 첫날이 지났다. 기자와 함께 출근한 인부 6명 중 백모(51)씨를 제외한 5명은 오후 5시 일을 마치고 인력사무소로 일당을 받으러 가는 길에 "다시는 이 현장에 안 오겠다"고 했다. 일당 10여만원 벌려다 자칫 큰 화를 입겠다는 것이었다. 이튿날(8일) 새벽 인력사무소는 기자와 백씨를 포함해 9명을 같은 현장에 보냈다. 5명이 나오지 않아도 7명이 추가로 쉽게 충원된 것이다.

둘째 날 기자는 자재 운반 작업에 투입됐다. 지상에서 10~70㎝ 길이로 잘라놓은 'ㄱ'자(字) 형강 다발을 한 번에 30~40㎏씩 들고 지하 2층 용접 현장으로 옮기는 일이었다. 계단 폭은 '30㎝'였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작업장 계단의 폭은 1m 이상이어야 한다. 계단 아래는 5m 깊이 지하실 바닥이었다. 강관으로 짜여진 난간은 흔들려서 기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다른 쪽 옆은 벽이었는데, 철근이 곳곳에 튀어나와 기자를 찔렀다. 계단을 오르내리는 동안 기자의 티셔츠 두 곳이 걸려 찢어졌다.

오후 2시쯤부터 지하 용접공에게 용접봉, 철근, 형강 등을 전달하는 일을 했다. 용접공은 지하 바닥에서 5~15m 높이 벽에 붙어 있는 것처럼 보였는데, 자세히 보니 그의 발밑에는 폭 15㎝ 정도의 긴 철제 발판이 있었다. 용접공이 이동하는 위치에 따라 자재를 위에서 로프로 매달아 내려주기도 하고, 아래에서 던져주기도 했다. 한번은 기자도 자재들을 끌어안고 발판 위를 서툰 걸음으로 비틀비틀, 용접공 쪽으로 걸어갔다. 그러자 용접공이 "조심해"라고 소리쳤다. 용접공에게도, 기자에게도 추락 사고 방지용 벨트는 지급되지 않았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작년 산업재해 사고 사망자 수는 855명. 이 가운데 347명이 추락사였다. 기고자 : 장근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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