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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유흥시설 영업금지… 경기·인천, 이태원 클럽 방문자에 접촉 금지령
콜센터·신천지 때와 달리 '조기 확진·조기 격리' 전술 어려워
확진자 가운데 30% 무증상, 2차 감염자도 11명… 전염력 높아

첫 확진자 발생 후 불과 나흘 만에 77명을 감염시킨 이태원 클럽발(發) 코로나 집단감염은 방역 당국의 최대 무기인 '조기 확진·조기 격리' 전술을 적용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기존 집단감염은 종교(신천지), 직장(서울 구로 콜센터) 등 공통분모를 가진 데다 신도 명부 등을 이용해 신속한 추적이 가능했다. 그러나 이태원 클럽을 오간 사람은 평소 사회생활을 하다가 이 시기 클럽과 주점에서 유흥을 즐겼다는 것 외에는 공통점이 없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대구 신천지처럼 대형 유행의 전조가 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전국 6개 시·도, 서울 16개 구로 확산

10일까지 나온 이태원 클럽 관련 확진자 77명 중 73명은 서울(51명), 경기(16명), 인천(6명) 등 수도권 거주자였다. 충북 2명, 부산 1명, 제주 1명 등 수도권 밖에서도 확진자가 나왔다. 이날까지 서울은 자치구 25곳 중 최소 16곳에서 이태원 클럽 관련 확진자가 나왔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불특정 다수가 전국에서 모였다가 전국으로 흩어졌고, 방문자가 자발적으로 검사받을 확률도 낮아 코로나 바이러스 유행이 다시 커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들은 '스스로 감염을 의심하지 못하고 일상생활을 했다'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제주에서 확진된 30대 여성은 병원 피부관리사로 일하면서 확진되기까지 고객 127명과 접촉했다. 충북의 현대백화점 충청점 종업원(22)은 이태원 클럽에 다녀온 뒤 그대로 출근했었다.

경기 안양 지역 확진자(31)는 지난 4일 서울 강남 논현동에 있는 성소수자용 사우나 겸 찜질방인 '블랙수면방'을 이용했다. 강남구 관계자는 "해당 시간에 90여 명이 이용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했다. 서울 용산 사이버작전사령부에서는 이태원 클럽에 다녀온 부사관과 접촉한 군인 2명이 감염됐다. 역학 조사가 사실상 불가능한 '깜깜이 확산'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집단 발병이지만, 감염자 추적 어려운 특수 상황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는 "이번 이태원 클럽 집단감염 사례는 기존 대구 신천지, 서울 구로구 콜센터와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라고 했다. 신천지나 콜센터는 특정 집단, 특정 공간에서 반복적으로 접촉이 일어나 감염이 확산한 사례였다. 그러나 이번 이태원 클럽 사태는 한 차례 클럽에서 접촉한 것인지, 여러 차례 만나 감염된 것인지는 물론이고, 경기 성남 IT기업에 다니는 29세의 용인 확진자가 최초 감염자인지조차 확실치 않아 감염 경로와 전파 양상을 파악하기 훨씬 어려운 구조라는 것이다.

'서울 구로구 콜센터' '신천지 대구교회'는 집단 발병 장소가 명확했지만 이번 사례는 특정 클럽이 문제인지, 이태원이라는 지역이 문제인지도 불명확한 상황이다. 정은경 본부장은 이날 "지난 2일 킹클럽을 방문한 사람의 양성률이 가장 높다"고 했지만 방역 당국은 어떤 클럽에서 확진자가 몇 명 나왔는지 추적에 난항을 겪고 있다. 정 본부장은 "무증상 감염이 30%에 달하고 전파 속도가 굉장히 빨라 '속도전'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방역 당국도 "지난 연휴 기간(4월 29일~5월 6일) 이태원에 다녀왔으면 증상이 없어도 외출을 자제하고 진단검사를 받으라"고 했다. 그러나 성소수자들이 선뜻 검사를 받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김우주 교수는 "방역 당국이 '익명 검사'처럼 특단의 대책을 내놓고 이태원 클럽 이용객 및 접촉자들이 자발적으로 검사받을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경기·인천, 영업금지와 접촉금지 등 강력 대응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9일 긴급 브리핑을 열고 "클럽, 감성주점, 콜라텍, 룸살롱 등 모든 유흥시설에 대해 집합금지 명령을 발령한다"고 밝혔다. 박 시장이 2150여 곳에 이르는 시내 유흥주점에 영업 금지 명령을 내린 것은 지난달 7일 강남 대형 룸살롱 종업원 확진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10일 경기·인천은 유흥시설 대상 집합금지 명령과 더불어 이태원 유흥시설 방문객을 대상으로 '대인접촉 금지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들이 대인접촉 금지 명령을 어기고 타인을 감염시키면 구상권을 행사한다는 것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대인접촉 금지 명령은 감염병 예방법 18조와 47조 등을 근거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감염병 예방법 위반 시 최고 징역 2년 또는 벌금 2000만원에 처해질 수 있다. 정부도 전국적인 대인접촉 금지 명령을 발령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그만큼 위급한 상황이라고 판단한다는 것이다.

[그래픽] 이태원 클럽에서 전국으로 퍼진 확진자 기고자 : 최원국 기자 허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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