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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승환 연세대 신임 총장 인터뷰
＂강의실 밖 수업 플랫폼 추진 중… 규제 때문에 세계와 경쟁 어려워
대학 기부금 세액 공제 허용해야＂

"대학은 젊은이들이 마음껏 꿈꿀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그 꿈을 실현하는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곳이 돼야 합니다."

서승환(64) 연세대학교 총장은 지난 9일 개교 135주년을 맞아 진행한 인터뷰에서 "도전 정신을 가진 인재를 길러내고, 지속적인 사회 발전의 동력이 되는 것이 대학의 기본 책무이고 연세대학교는 이런 임무를 다하는 대학이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서 총장이 지난 2월 취임한 뒤 가진 첫 언론 인터뷰다.

이런 목표와 역할을 감당할 수 있도록 컴퓨터를 기반으로 자료(데이터)를 수집·분석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컴퓨터적 사고(computational thinking)'를 모든 학생이 교양, 전공 기초 등으로 배울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개편하겠다고 했다. 그는 "폭넓은 인문학적 소양에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디지털 역량을 결합한 신(新)르네상스형 융합교육을 펼치자는 취지"라며 "세계가 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변혁을 이끄는 인재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

연세대 경제학과에서 학·석사를 마친 뒤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서 총장은 2013년부터 2년간 국토교통부 장관을 지냈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로 지난 2월 임기 4년의 제19대 연세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부친은 고(故) 서종철 전 국방부 장관이다. 서 총장은 "장관 재임 때 조직 통솔은 어렵지 않았는데 대학 총장은 학내 구성원 간 엇갈리는 이해관계를 조율하며 조직을 이끌어야 해 쉽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그는 개교 150주년인 2035년까지 "공동체 정신을 지닌 혁신적 리더를 키워내는 학교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담은 '비전 연세150'을 내놓았다.

◇대학 규제 풀고, 기부금 공제 허용해야

대학 교육과 연구의 글로벌 경쟁력에 대해서는 "학교마다 규모와 지향점 등이 다른데 대학에 대한 정부 규제는 일률적이어서 세계 대학과 경쟁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고 했다. 10년 이상 동결된 등록금을 비롯해 재정 규제가 교육과 연구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서 총장은 "등록금 규제 정책도 시행 당시와 지금의 평가가 다르므로 대학과 국가에 중장기적으로 미칠 영향을 따져 봐야 할 때"라고 했다. 정부에는 '대학 기부금 세액 공제'를 제안했다. 10만원 이하는 전액, 3000만원까지는 15%를 연말정산 때 돌려받는 정치후원금처럼 대학에 대한 기부금도 세액 공제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대학이 연구를 통해 축적하는 지식은 학교만의 것이 아니라 사회와 인류가 이용하는 '공공재(公共材)'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연구 실적을 꾸준히 축적하고, 이를 제대로 가르쳐 후속 연구로 이어지게 하는 것은 대학의 고유 역할이라고 했다. "대학보다 교육을 더 잘하는 기관이 있을 수 있고, 연구도 연구소가 더 잘할 수 있어요. 하지만 둘 다 잘할 수 있는 곳은 대학뿐입니다."

◇인쇄술 발전 외면, 중세 대학 몰락했다

서 총장은 대학이 교육 매체의 혁명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활자에서 사진, 동영상 등으로 다변화하며 교육의 내용까지 획기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중세 때 지식을 독점했던 대학이 몰락한 계기가 구텐베르크 인쇄술 등장이에요. 대학은 변화를 무시한 결과 200~300년간 존재 가치를 잃었어요. 지금 대학도 변하지 않으면 같은 운명이 될 겁니다."

서 총장은 강의실 밖에서도 수업에 몰입할 수 있는 원격강의 플랫폼을 '와이 에드넷(Y-Ednet)'으로 이름 붙이고 추진 중이다. 예컨대 건축 전공의 경우, 학생들이 증강현실(AR)·가상현실(VR)로 건축물 공간을 실제처럼 입체적으로 설계하고, 그 건물 안에 들어가서 이용에 불편함이 없는지, 구상대로 설계됐는지 등을 살펴보고 고칠 점은 수정·보완하는 식이다. 이와 관련, 서 총장은 현재 20% 이내인 원격강의 비율 제한을 정부가 풀어야 한다고 했다.

기고자 : 곽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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