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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해범 車에 부산여성 머리카락, CCTV엔 강제로 車 태우는 모습
완주군 과수원에서 시신 발견돼… 유력 용의자로 보고 수사 진행중

부산에서 전북 전주에 왔다가 실종된 20대 여성이 결국 숨진 채 발견됐다. 실종 신고 14일 만이다. 경찰은 지난달 전주에서 30대 여성을 살해하고 금품을 빼앗은 혐의로 구속된 A(31)씨를 이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했다. A씨의 차량에서 부산 실종 여성 B(29)씨의 물품 등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경찰은 A씨가 전주 30대 여성을 살해한 데 이어, B씨도 살해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12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B씨는 이날 오후 3시 20분쯤 전북 완주군 상관면의 한 과수원에서 발견됐다. 과수원에서 일하던 농장 주인이 B씨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농장 주인은 "신발과 하의가 벗겨진 상태였고, 너무 놀라 바로 경찰에 신고했다"고 했다. 경찰이 발견된 시신에서 지문 등을 확보해 신원대조 작업을 벌인 결과 B씨인 것으로 확인됐다. B씨는 자신의 손목 바로 위에 영어 글씨와 생년월일 등이 포함된 문신을 새겼는데, 발견 당시 이 문신도 온전했다고 한다.

B씨는 지난달 18일 자신이 살고 있던 부산에서 전주로 이동해 A씨를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전주 한옥마을 인근에서 마지막으로 B씨의 휴대전화 신호가 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한옥마을 인근 한 주유소 방범카메라엔 A씨와 B씨가 함께 있는 모습이 담겼다. 경찰은 A씨와 B씨가 승강이를 벌이는 장면도 확보했다. 이 영상엔 차 밖으로 나가는 B씨를 A씨가 뒷좌석에 강제로 태우는 모습도 있다. A씨는 한옥마을 인근에서 50분가량 머물다 차를 몰고 B씨의 시신이 발견된 완주 상관면 방향으로 향했다고 한다.

A씨는 B씨를 만난 다음 날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전주에 살고 있던 지인 C(34·여)씨를 살해하고 금품을 빼앗은 혐의였다. 그런데 경찰이 A씨의 차량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B씨의 머리카락과 물건이 발견됐다. 당시 경찰은 B씨의 머리카락 등을 증거 물품으로 남겨두고, C씨 살인 사건에 집중했다. B씨의 실종 신고가 접수되지 않아, 머리카락이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A씨가 긴급체포되고 열흘이 지나서야 B씨의 실종 신고가 접수됐다. B씨의 가족은 지난달 29일 "며칠째 B씨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부산 경찰에 신고했다. B씨가 전주 한옥마을에 간 사실을 확인한 부산 경찰은 지난 8일 전북지방경찰청에 공조수사를 요청했다.

전북 경찰은 B씨의 행적을 쫓던 중 A씨와 채팅앱을 통해 연락한 정황을 찾았다. 경찰은 또 A씨의 차량에서 나온 머리카락과 B씨의 DNA를 대조한 결과, B씨의 것으로 확인되자 전북 일대를 수색했다.

경찰은 조만간 교도소에 수감 중인 A씨를 불러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A씨에 대한 조사를 진행해 봐야 정확한 사건 경위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며 "B씨의 정확한 사인 등을 밝히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한편 A씨는 지난달 14일 오후 10시 40분쯤 전주의 한 원룸에 혼자 살던 C씨를 자신의 승용차에 태우고 전주 시내를 돌아다니다 살해하고 유기한 혐의로 구속 송치됐다. A씨는 이 자리에서 C씨의 모바일 뱅킹으로 48만원을 자신의 계좌로 이체했다. 숨진 C씨의 지문을 이용해 모바일 뱅킹을 시도했다고 한다. C씨가 차고 있던 금팔찌를 자신의 아내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A씨는 이번에도 범행을 부인할 가능성이 크다. 그는 C씨를 살해했을 당시에도 계속 범행을 부인하며 유기 장소를 자백하지 않았고, 결국 경찰은 대대적인 수색에 나서 C씨를 찾았다. A씨는 C씨의 유류품을 다른 장소에 가져다 놓아 수사에 혼선을 주기도 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B씨를 죽이지 않았고, 돈은 빌린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하다, 경찰이 결정적 증거를 대자 마지못해 인정했다. 기고자 : 전주=김정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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