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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사무실 휴업한 뒤 생활고
건당 30만원 광고글 보고 연락

"직업이 뭔가요?" "변호사입니다."

조서를 작성하던 형사가 깜짝 놀랐다. 형사가 "현직 변호사로 일하고 있느냐"고 다시 묻자, 피의자는 "휴업 중"이라고 짧게 답했다.

지난달 16일 서울 용산경찰서 조사실에 앉은 A씨는 경찰 조사에 혐의 사실을 순순히 시인했다. 그는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해 피해자들의 돈을 빼돌린 혐의(사기)로 이날 긴급체포 됐다. A씨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성균관대 로스쿨을 다닌 뒤 변호사 시험을 통과했다. 2016년 변호사가 된 A씨는 이후 로펌 두 곳에서 일했다. 함께 근무한 이들은 A씨를 "성실한 변호사"로 기억했다.

그러나 A씨의 지인들은 그가 대학 때부터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했다고 말한다. A씨의 한 법대 동문은 "교우 관계 등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고 했다. 변호사가 된 뒤로 그는 주변에 "변호사 생활이 맞지 않는다"는 말도 여러 차례 했다고 한다. 사건 수임 등 만만찮은 신임 변호사 영업 활동은 이런 상황을 악화시켰다.

결국 A씨는 2018년 "공부를 하고 싶다"며 로펌을 그만두고 개인 법률사무소를 개업했다. 그마저도 여의치 않았던지 곧장 휴업계를 냈다. 그는 이때부터 별다른 수입이 없어서 생활고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A씨 변호인 측은 "부모님도 몸이 아파 상황이 좋지 않은 등 경제적 압박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비슷한 시기 거의 연락을 하지 않고 지내던 로스쿨의 한 여자 동기에게 전화를 걸어 돈을 꿔달라고 부탁한 사실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초 A씨는 우연히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 광고에서 '대부업 관련 간단한 심부름을 하면 건당 3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문구를 봤다. 돈이 필요했던 그는 광고를 낸 쪽에 연락해 일을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광고를 낸 이들은 저축은행과 금융감독원 직원 등을 사칭해 피해자들에게 돈을 뜯는 보이스피싱 일당이었다. 이들은 저금리 대출을 해주겠다고 피해자에게 접근해 개인 정보를 받은 뒤, 해킹 프로그램을 휴대전화에 심어 개인 정보를 빼돌리고 협박하는 수법을 썼다.

보이스피싱 일당은 A씨에게 피해자들을 만나 돈을 받은 뒤 송금하는 수금책 역할을 맡겼다. A씨는 두 차례에 걸쳐 2800만원가량을 받아 송금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은행 ATM을 통해 송금하다가 CCTV에 찍혀 경찰에 꼬리를 잡혔다.

A씨 변호인은 "건당 30만원에 현혹돼 심부름을 한 방조범일 뿐"이라며 "A씨도 주범과 온라인 메신저로만 연락해 얼굴도 알지 못한다"고 했다. A씨의 부모는 피해자들에게 2800만원을 갚은 뒤 합의했지만, A씨는 구속영장이 발부돼 지난달 29일 재판에 넘겨졌다. 기고자 : 김아사 기자 류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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