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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남 1녀를 둔 부모님은 농부였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자식들에게 검정 고무신을 사주셨다. 기차표 상표가 그려져 있었고, 제조사는 동양고무였을 것이다. 그 신은 질겨서 좀처럼 잘 떨어지질 않았다.

우리는 시장 부근에 살았다. 또래 친구들이 검정 천으로 만든 운동화를 신고 다니니 부러웠다. 꾀를 냈다. 시멘트로 우둘투둘하게 마감해 놓은 담벼락에 검정 고무신을 대고 갈았다. 구멍이 나니 5일마다 서는 의성 장날, 어머니는 날 데리고 신발 때우는 장인에게 갔다. 이렇게 한 달 정도 더 신다가 다른 부분을 또 시멘트에 갈아 때우기를 세 번 반복하면, 어머니는 검은 천 운동화를 사줬다. 그 시절엔 질긴 고무신이 엉기났다.

아버지는 나와 형들을 데리고 논으로 나갔다. 모내기를 끝낸 뒤 아시(초벌) 논매기를 하고, 두벌 논매기 시기가 다가왔다. 허리를 숙이고 논을 매는 일이 나에겐 어려웠다. 형들은 요령이 있어서 그런대로 논을 맸지만, 나는 허리가 아파서 논을 매다 일어서고, 또 일어섰다. 모가 자라서 눈을 찔렀고, 땀방울이 눈에 들어가 따갑기도 했다. 간혹 시커멓고 굵은 검저리(거머리)가 다리에 붙으면 기겁을 했다. 농사일을 많이 한 건 아니지만, 두벌 논매기가 가장 엉기나는 일로 기억된다.

엉기난 일이 더 있다. 큰집은 넓은 사과 과수원을 운영했다. 농약을 얼마나 자주 치는지, 우리는 자주 큰아버지를 도와드렸다. 큰 드럼통에 물과 농약을 일정 비율로 희석시켜 놓으면, 어린 나는 펌프질해 농약을 탱탱한 줄로 보내야 했다. 장시간 동안 웃통을 벗고 뙤약볕 아래에서 발판을 밟고 펌프질을 하면 참으로 엉기났다. 다리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고, 팔뚝에 알이 밴다. 피부가 타서 껍질이 벗겨지는 것은 예사고, 현기증도 났다.

큰아버님,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셔서 그립다. 시골에 살면서 고무신 갈던 일, 두벌 논매기 하던 일, 농약을 치려고 펌프질하던 일이 새록새록 돋아난다. 엉기나는 일은 진한 추억으로 남는다. '엉기나다'는 '진절머리나다'의 경상도 방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