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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싼' 소식, 한 뭉티기 전해 드립니다

"오늘도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부산말로 부산 소식을 한 뭉티기 전해 드리겠습니다".

'붓싼뉴스'는 이렇게 시작한다. 부산시가 부산 말씨로 전하는 시정 소식. 지역민은 물론 서울까지 소문날 만큼 인기다. '한 뭉티기' 대신 '매매(확실히)' '애살있게(의욕적으로)' '쌩쌩하이(생기 있게)' 등이 들어가기도 한다. '교양 있는 사람들이'란 문구는 '표준어'의 사전적 정의에서 따왔다. 영상을 기획하는 부산시 뉴미디어팀 노은영(47) 주무관은 "여전히 서울말이 바른말이고, 서울말을 써야 지적이고 '배운 느낌'이 난다는 사회적인 인식을 바꿔보고 싶다"고 했다. '붓싼뉴스'의 누적 조회수는 51만회에 달한다. 지난해 부산의 꽃놀이 명소를 소개한 '오빠야 셀카봉 챙기라' 뉴스는 조회수 14만8553회(12일 기준)를 기록했다.

노 주무관이 기획과 대본 작성 등을 전담하고, 허형범(33) KNN 스포츠캐스터, 권보람(32) 부산 KBS 리포터가 카메라 앞에서 끼를 발휘한다. PD 역할을 맡은 노 주무관은 태어나서 한 번도 부산을 떠나본 적 없는 47년 부산 토박이. "어릴 때 피아노 대회에 나갔는데 '7번 노은영 올라오세요' 하는 거예요. 전 안 올라갔죠. '나 은영이 아니야. 은녕이야' 하면서요". 사투리에 얽힌 일화를 이야기하며 깔깔 웃었다. '붓싼뉴스'라는 제목도 부산말 억양에서 가져왔다. "'부산'과 '붓싼'의 중간 정도가 딱 정확한 부산말이죠. 시옷과 쌍시옷의 딱 중간!".

허 캐스터와 권 리포터도 부산 태생이지만, 방송인을 준비하며 표준어를 오랫동안 연습한 탓에 카메라 앞에서 사투리로 뉴스를 전하는 게 쉽지는 않았다. 엉뚱한 억양이 나올 때마다 노 주무관과 시청 직원들이 하나하나 억양을 손봐줬다. "아나운서 학원에선 사투리 억양을 고치느라 애먹었는데, 여기선 반대로 방송하니 가끔 헷갈려요. 이제는 사투리 뉴스가 더 자유롭고 편합니다". 권 리포터 말이다.

뉴스 속 사투리는 부산에 사는 2030의 평균적인 부산 말씨를 반영했다는 게 이들 설명이다. 유튜브 '붓싼뉴스'의 댓글 창엔 "사투리가 과하지 않고 딱 좋다" "영화에서 엉터리 사투리만 듣다 제대로 된 부산 말씨 들으니 좋다"는 댓글들이 달린다. "할머니·할아버지 세대와 우리 세대는 쓰는 단어가 많이 다르거든요. '정지(부엌)' '주리(잔돈)' '은다(안 해)' 같은 사투리는 이제 젊은 사람들이 평소 쓰는 말은 아니죠".

노 주무관은 "일 때문에 고향을 떠난 부산 사람들이 '위로받는다'는 댓글을 보면 책임감도 느낀다"고 했다. 영상엔 "서울 사는데 고향 바다 냄새 난다" "타지로 이사 와서 늘 그리운 부산, 붓싼뉴스로 달래요" 같은 댓글이 자주 달린다. '우리말 나들이' '부산스런 무사생활' 등 뉴스 속 코너를 통해 재미난 부산 사투리를 소개하기도 한다. 허 캐스터는 "평소 사용하지 않더라도 '우리 아버지가 저런 말 쓰셨는데' 하고 추억할 수 있도록 사투리가 소중하게 보존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권 리포터는 가장 좋아하는 사투리 단어로 '단디'를 꼽았다. "'마음 단디 먹어라' '옷 단디 입어라' 챙겨주는 말이 따뜻하지 않나요?". 허 캐스터는 '밥 뭇나'라고 했다. "부산 사람들은 '밥 뭇나?' 묻고 아직 안 먹었다 하면 무조건 '여 온나' 하거든요. 밥 먹으러 가자고요. '츤데레' 같은 매력이 잘 담긴 말인 것 같아요".

노 주무관은 '오야'를 꼽았다. "오~야, 하고 가운데 물결을 넣어야 해요. 별것 아닌 질문에도 어른들이 '오야' 하고 답해주면 마음이 몽글몽글해지고 예쁨받는 느낌이 들거든요. 오야. 오오~야".

[그래픽] '붓싼뉴스'가 소개한 재미있는 부산말 기고자 : 부산=손호영 기자
장르 :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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