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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러 스캔들' 핵심인물… 실형받을 가능성 커지자
FBI 함정수사 의혹 제기해 법무부의 기소 취하 이끌어내
'측근 봐주기'라며 검사들 반발… 법원은 법무부 기소 취하 거부

2016년 미국 대선 이틀 뒤인 11월 10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백악관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을 초청해 접견했다. 오바마가 딱 두 가지 조언을 했다고 한다. "첫째, 미 안보의 최대 위협은 북한임을 잊지 말라. 둘째, 절대 플린을 중용하지 말라." 이 역사적 대화에 등장했던 인물, 마이클 플린(61·사진)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2020년 대선을 앞두고 다시 핫이슈가 됐다.

플린은 2016년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의혹의 키맨이다. 플린은 이미 지난 3년간 연방수사국(FBI)과 특검·검찰 수사에서 자신의 러시아 연계와 위증 혐의를 거의 시인했다. 그런데 지난 7일 돌연 법무부가 수사 절차상 하자를 들어 플린에 대한 기소를 취하하기로 했다. '대통령 측근 봐주기'라며 일선 검사들이 반발하고 있고, 법원이 12일(현지 시각) 기소 취하를 거부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도대체 플린은 어떤 인물일까. 그는 육군 3성 중장 출신으로 오바마 정부에서 국방정보국(DIA) 국장을 지냈다. 이때 러시아 정보총국의 접대를 받고 러시아 여성과 어울리는 돌출 행동을 해 2014년 경질됐다. 플린은 옷을 벗자마자 컨설팅 업체를 차렸다. 주로 러시아·이란 등 미 적성국을 고객으로 했다. 러시아 국영 매체가 연 행사에서 수만달러를 받고 강연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친분을 과시하기도 했다. 플린에 대한 FBI의 수사는 이때부터 시작됐다.

오바마에게 앙심을 품은 플린은 트럼프 캠프에 합류했다. 2016년 대선 유세에서 힐러리 클린턴을 향해 "그녀를 가둬라!"란 희대의 구호를 선창한 게 바로 플린이다. 트럼프가 당선 뒤 플린에게 가장 먼저 한 인사도 "아무거나 하고 싶은 것 고르라"는 것이었다. 플린은 '필생의 꿈'인 국가안보보좌관을 택했다.

대선 직후인 2016년 12월 오바마 정부는 러시아의 대선 개입 정황을 잡고 본격적인 수사에 돌입했다. 이때 민간인 신분인 플린이 푸틴 최측근인 주미 러시아 대사에게 "정권 바뀌면 제재는 풀리니 걱정 말라"고 말하는 통화가 FBI에 감청됐다. 이 일로 러시아 스캔들이 불붙자 트럼프는 국가안보보좌관이 된 지 24일 된 플린을 해임했다. 당시 트럼프가 "플린을 잘랐으니 러시아 문제는 끝났다"고 하자, 인수위원장인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는 "대통령님, 플린은 구두 바닥에 붙은 껌처럼 갈 겁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후 플린은 형(刑)을 감경받으려 FBI와 특검 수사에 적극 협력했다. 혐의를 순순히 인정해 공판에서 판사가 "나라를 팔아먹고도 당당하다"고 할 정도였다. 플린은 "러시아와의 접촉은 대통령 사위 쿠슈너가 시켰다"고 해 트럼프의 분노를 사기도 했다.

그런데 집행유예가 아닌 실형을 받을 확률이 커지자, 러시아 대사와의 통화와 관련해 위증 혐의를 인정하던 플린은 전략을 바꿨다. 플린은 변호인단을 교체한 뒤 "FBI와 검찰이 내가 거짓 자백을 하도록 함정 수사를 했다"했다면서 "난 오바마 적폐 무리의 마녀사냥 희생양"이라고 주장했다. 코로나 사태로 수세에 몰린 트럼프는 다시 플린을 껴안기로 하고, 검찰에 기소 취하를 압박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트럼프는 플린에게 '마음의 빚(sympathy)'이 크다고 한다. 이 '마음의 빚'이 올 대선 정국을 또 뒤흔들 가능성이 크다. 기고자 : 정시행 기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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