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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안부는 전화신청 시행 미적

자녀들을 서울에 보내고 경남 한 소도시에서 혼자 사는 1961년생 A씨는 지난 11일 정부 긴급재난지원금을 신청하기 위해 전화기와 씨름해야 했다. 출생연도 끝자리가 1과 6으로 끝나는 세대주가 신청하면 된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자녀의 도움 없이 온라인으로 신청할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A씨는 평소처럼 카드사의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었지만 이날은 거의 연결되지 않았다. 몇 차례씩 전화를 걸고 대기한 끝에 연결된 상담원에게 "재난지원금 신청을 하고 싶다"고 문의했지만, 돌아온 답은 "전화로는 도움을 드릴 수 없다. 죄송하다"는 말뿐이었다. A씨는 "코로나가 다시 유행한다고 하던데 사람 많은 은행에 가야 한다니 걱정"이라고 했다.

자녀들도 속이 타긴 마찬가지다. 같은 1961년생인 B씨도 아내와 자녀를 서울로 보내고 제주도에서 혼자 생활 중이다. 그 역시 지난 월요일 재난지원금 신청이 가능하단 걸 알았지만 처음부터 포기했다. 컴퓨터도 스마트폰도 조작이 어렵게 느껴지는 탓이다. B씨의 딸은 "일주일 뒤 은행 가면 그만이라고 말씀하시기에 마스크를 꼭 착용하고 가라고 당부했다"며 "실수로 또 기부했다고 하시는 건 아닌지 걱정"이라고 했다.

카드사 홈페이지·모바일 앱을 통한 재난지원금 신청 사흘째인 13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재난지원금 사용 후기'가 이어졌다. 개시 직후 이틀 동안 컴퓨터나 휴대전화를 이용해 재난지원금 신청에 성공한 사람들이 발 빠르게 사용담을 공유하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독립한 자녀들과 떨어져 지내는 장년층과 노년층은 범람하는 재난지원금 소식 속에서 18일 주민센터와 은행 점포 접수를 기다리고 있다. 신종 코로나 감염 위험이 재차 높아진 상황 속에서 디지털과 감염병에 가장 취약한 이들이 주민센터와 은행 점포에서 만나게 된 셈이다. 복수의 카드사 관계자는 "장·노년층의 콜센터·ARS 창구 선호 성향은 카드사라면 다 아는 일"이라며 "정부에 '첫날부터 전화 신청도 받자'고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했다.기사 A8면 기고자 : 최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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