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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은 단순 판매 채널인데 증권사보다 위험성 모르면서
고위험 파생상품 파는데 급급

작년에 1000억원 넘는 손실을 낸 해외 금리 연계형 DLF(파생 결합 펀드), 2000여억원의 투자금을 돌려주지 못한 디스커버리운용 펀드 등은 대부분 은행에서 팔려나갔다. DLF는 우리·하나은행이 전체 판매량의 96%를 차지했다. 라임펀드와 기업은행에서 주로 팔린 디스커버리펀드도 은행 판매 비율이 각각 65%, 40%로 높았다. 왜 은행에서만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사실 증권사는 훨씬 위험도가 높은 상품을 판다. 주식 투자는 당연히 원금 보장이 될 리 없고, 최근 투자 과열 양상으로 치달은 원유 ETN(상장지수증권)은 하루 60% 넘게 폭락할 정도로 극심한 가격 변동을 보이고 있다.

이대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은행과 증권사가 같은 상품을 팔았어도 은행 고객들이 위험 회피적 성향을 갖기 때문에 손실에 대해 더 큰 피해를 호소한다"고 말했다. 상당수 은행 고객은 일단 은행에 가면 원금 보장이 되는 예금을 먼저 떠올리기 때문에 은행에서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상품을 팔 거라는 점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얘기다.

그렇다 해도 의문이 남는다. 독일 국채 금리 연계형 DLF를 증권사 대부분은 팔 생각도 안 했는데, 왜 일부 은행은 굳이 판매에 나섰을까. 여기서 은행 내부 통제 문제와 상품 및 시장을 보는 실력 차이가 거론된다. 익명을 요구한 시중은행 임원은 "애초 은행은 파생 금융 상품 같은 고위험 상품을 만드는 곳이 아니고 판매 채널에 불과해 상품 자체에 대해선 증권사나 운용사보다 잘 알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고객의 소중한 투자금보다는 수수료 수입 등 은행 이익을 앞세우다 보니 잘 알지도 못하는 상품 판매에 집중한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은행들은 전문가들을 모아놓고 어떤 금융 상품을 팔지 말지 상품선정위원회 등을 거치지만, 이 과정에서 실무 전문가 의견을 무시한 채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실제 DLF를 판 우리은행에서 그런 일이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