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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에 삼년의 저축이 없으면, 나라는 나라가 아니다(國無三年之蓄, 國非其國).'

'삼년지축(三年之蓄)'이란 나라가 위기를 맞았을 때 최소 3년간 버틸 재원을 말합니다. '예기(禮記)'에 나오는 말로 '구년지축'이란 말도 있지요. 태종 9년 11월 14일 사간원은 상소에서 당대를 높이 평가합니다. "전하가 즉위한 이래 문(文)을 높이고 무(武)를 숭상하여 유구(오키나와)·섬라(태국)·왜국(일본)이 내부(來附·와서 복종함)하지 않음이 없으니 진실로 천재(千載·천년)에 드문 일입니다." 조선 초기 당당했던 언론이 태평성대라고 칭송만 할까요. 사간원은 일본이나 중국에서 변(變)이 일어나면 후회해도 소용없다면서 '삼년지축'을 말합니다. 태종도 쿨하게 인정합니다. "간관의 말이 옳다. 군량을 준비할 계책을 정부로 하여금 의논하여 아뢰라"고 하였지요.

'삼년지축'이란 말을 인터넷 '조선왕조실록'(sillok.history.go.kr)에서 검색하니 태종 원년인 1401년 처음 등장하네요. 태종 때에 비로소 왕가(王家)의 안위가 아니라 국가(國家)의 미래를 걱정하는 인식이 싹텄다 할 수 있습니다. 조선 초기의 국가 의식은 후대 운동권 사림(士林)이 경제와 국방보다 이념을 앞세우면서 흐려집니다. 사림이 권력 잡고서 동서남북으로 갈라지고 노소로 분당하면서 결국 국망(國亡)을 맞았지요.

600년 전 태종 때 말을 요즘 식으로 푼다면 '문제는 경제야. 이게 나라냐!' 정도가 되겠네요.

지금을 태종 시대에 비유하는 말이 최근 나와 '태종실록'을 들춰보았습니다. 기고자 : 이한수 Books팀장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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