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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가 코로나 대응 비판하자 트럼프 '러 스캔들' 수사 문제삼아
＂이건 오바마게이트＂ 여론몰이 나서 오바마 '투표하라' 트윗으로 응수

오는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사진〉 전 대통령의 설전이 이어지고 있다. 오바마가 최근 트럼프의 코로나 사태 대응을 비판하자 트럼프도 작심한 듯 연일 '오바마 때리기'에 나서고 있다. 사실상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옆으로 밀려나고, 전·현직 대통령이 대선전(戰) 한복판에서 맞붙는 양상이다.

포문은 오바마가 먼저 열었다. 그는 지난 8일(현지 시각) 지지자들과 전화 콘퍼런스를 하면서 코로나 사태와 관련해 "트럼프의 위기 시 지도력은 완전히 혼란스러운 재앙"이라고 비난했다. 또 러시아의 지난 미국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해 수차례 거짓 증언한 혐의로 기소된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대해 미 법무부가 최근 기소를 포기한 것에 대해선 "법치(法治)를 위협한다"며 "내 이름이 투표용지에 있지는 않지만, 이번에 반드시 이겨야 하며 나도 전념하고 있다"고 했다. 플린은 트럼프의 측근이다.

그러자 트럼프는 2017년 자신이 취임하기 전에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지명했던 플린의 러시아 유착 관계를 오바마 행정부가 조사했던 과정을 문제 삼았다. 오바마의 정보 수장(首長)들과 바이든 당시 부통령이 관련 내부 문서에서 플린의 정체를 밝히도록 한 것은 새 정부 합법성을 훼손하려는 "오바마게이트(Obamagate)"라고 비난했다. 트럼프는 지난 5일간 열네 번이나 '오바마게이트'란 말을 트위터에 썼다. 트럼프는 12일에도 트위터에 오바마와 바이든이 함께 찍은 사진을 게재하고 "미 역사상 가장 부패한 권력 이양을 기획했고, 워터게이트보다 더 추한 사건"이라고 했다.

14일엔 오바마를 의회 증언대에 세워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그는 트위터에 "만약 내가 상원의원이나 하원의원이었다면 미국 역사상 가장 큰 정치 범죄와 스캔들에 대해 증언하도록 가장 먼저 부를 사람은 오바마 전 대통령"이라고 적었다. 오바마를 의회에서 조사하라는 것이다.

이후 오바마는 자신의 트위터에 다른 설명 없이 "투표하라(Vote)"고 적었다. 오는 11월 대선에서 트럼프 재선을 막아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오바마는 그동안 미 국내 정치에 대해 말을 아꼈다. 하지만 최근 일련의 상황은 그가 대선전 전면에 나서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 배경엔 트럼프가 자신의 미숙한 코로나 대응까지도 전(前) 정부 탓을 하는 상황에서, 오바마로선 자신의 정치적 유산을 지킬 필요가 있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는 오바마가 2008년 대선을 치를 때에도 "오바마는 케냐에서 태어나 대통령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었다. 오바마가 결국 선거 전에 하와이 출생증명서를 공개했지만 트럼프는 이후에도 조작 의혹을 계속 제기했다. 오바마 입장에선 트럼프에게 그런 구원(舊怨)이 있고, 그 관계가 영향을 미쳤다는 시각도 있다.

오바마는 지난달 바이든을 공식 지지하는 선언을 했지만, 코로나 탓에 합동 유세 등 정치적 협력을 원활히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가 반(反)트럼프 목소리를 본격적으로 내는 것은 그런 정치적 현실을 반영한 측면도 있다.

이런 상황은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로 인해 대규모 유세가 불가능해 메시지 전달에 한계를 느끼는 바이든이 현재 미국에서 가장 지지도가 높은 정치인인 오바마와의 파트너십을 활용하려 하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는 "바이든이 지금까지 유튜브에 올린 캠페인 동영상 146건의 평균 조회 수는 2만8000건에 그쳤지만, 지난달 오바마가 바이든을 지지한 12분짜리 영상은 조회 수 190만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바이든은 최근 영상 메시지앱 스냅챗 인터뷰에서 "부통령 후보를 선택할 때에도 오바마와 협의하겠다"고 했다. 코로나 국면에서 존재감을 잃은 바이든으로선 오바마를 최대 자산으로 활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선이 가까울수록 오바마의 비중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대중의 관심을 자신의 특기인 '음모론'으로 끌고 가려는 트럼프의 선거 전략에서도 오바마는 핵심적인 인물이기 때문이다. 오바마 측 대변인인 케이티 힐도 "오바마는 올해 바이든을 위해 공격적으로 유세할 것"이라고 미 언론에 말했다. 다만 오바마 백악관에서 공보국장을 지낸 젠 프사키는 "오바마가 '인간 트럼프'의 약점을 집중 공격하기보다는, 트럼프가 조장한 미국의 정파·인종 분열 같은 것을 비판하고 미국의 가치를 고양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