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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훈클럽 '한국언론' 세미나, 6·25전쟁 70주년 맞아 개최
＂서울 점령 후 신문부터 뿌려… 北, 남침 전부터 선전전 준비＂

"서울 함락 불과 나흘 만에 북(北)은 김일성 얼굴 사진이 큼지막하게 박힌 조선인민보와 해방일보를 발행하며 통치를 시작했다. 사전에 치밀한 준비를 하고 내려온 것이었다."

정진석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는 15일 제주 서귀포 KAL호텔에서 관훈클럽(총무 박정훈 조선일보 논설위원실장)이 6·25전쟁 70주년을 맞아 개최한 '6·25와 한국 언론' 세미나 주제 발표에서 "6·25는 남북한 전쟁이면서 동시에 언론의 전쟁이었다"며 "북은 신문을 철저히 전쟁 수행 도구로 활용하며 선전 선동과 위장 평화 공세에 활용했다"고 말했다.

북한은 남침 사흘 전까지도 '노동신문'(당 기관지)과 '민주조선'(내각 기관지)에 '남조선 국회는 평화적 통일을 지지하여 투쟁하라!' '평화적 조국 통일을 촉진시키는 한길로 나가자!' 같은 글을 매일 싣다시피 하며 평화 공세를 펼쳤다. 북한에 억류된 조만식 선생과 남한에서 체포된 남로당 간부 김삼룡·이주하를 맞교환하자는 제안도 했다. 정 교수는 "서울 점령 후 서울에서 발행한 신문의 편집이 세련된 것도 눈에 띈다"고 했다.

국내 언론들은 전쟁 초기 군 당국이 제공한 정보를 그대로 전했다가 오보를 내는 등 혼란을 겪었지만, 부산 등 피란지에서도 신문을 발행하며 전쟁 취재를 이어갔다. 하지만 이 시기에 방응모 조선일보 사장을 비롯해 안재홍 한성일보 사장 등 285명의 언론인이 강제 납북되며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6·25는 "신문 역사상 가장 철저하게 보도된 전쟁"이기도 했다. 정 교수는 "전쟁 기간 3년 동안 취재에 참여한 외국 기자는 600명이 넘었고, 175~200명의 종군기자가 도쿄와 한국에 상주하며 평균 40~60명이 전방의 전황을 직접 보도했다"며 "이는 2차 대전 종군 기자 숫자의 절반 수준"이라고 했다.

'냉전의 언론, 언론의 냉전'을 주제로 발표한 윤상길 신한대 교수는 "탈(脫)냉전 시대라지만 우리 언론에는 냉전적 사고가 이어지고 있으며 그 뿌리를 6·25로 볼 수도 있다"며 "최근 '김정은 사망' 해프닝도 냉전적 미디어 관행이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유선영 성공회대 교수는 "탈중심화된 세계에서 이분법적 경계가 모호해졌고, 이것이 불안감을 낳을 수도 있지만, 이를 극복하는 언론의 힘은 '팩트'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