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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부자지간 아니랄까 봐 생김새가 똑 닮은 아버지와 아들의 초상화다. 의자에 앉아 신문을 펼쳐 든 남자는 알렉산더 J. 커샛. 미국인으로 파리에 정착해 인상주의 회화의 혁신을 이끌었던 화가 메리 커샛(Mary Cassatt· 1844~1926)의 큰오빠다. 의자의 팔걸이에 걸터앉아 아빠가 신문을 보든 말든 어깨에 팔을 두르고 앉은 사내아이는 그의 네 자녀 중 셋째인 로버트다. 두 사람은 마치 몸 하나에 얼굴만 둘인 것처럼 바짝 붙어 앉아 있는데도 정작 표정은 심드렁하다. 유난스럽게 마주 보고 웃는 것보다 오히려 둘 사이의 애정과 친밀함이 잘 드러나는 이 모습은 여동생이자 고모인 화가 눈에만 보였을 것이다.

메리 커샛은 두 사람의 검은 옷을 음영이나 굴곡이 전혀 없는 한 면으로 처리해버렸다. 대담한 검은 면을 중심으로 이를 둘러싼 의자, 뒤편의 가구와 벽면은 디테일을 생략한 채 빠르고 거칠게 그려 마치 중심에만 초점을 맞춘 감각적인 요즘 사진 같다. 반질반질한 밤색 머릿결과 맑고 또렷한 눈동자를 가진 두 사람 얼굴은 고운 파스텔로 세심하게 그린 듯 부드럽고 생생하다. 공간을 대범하게 생략하면서도 인물의 감정을 고스란히 전달하는 메리 커샛의 화풍이 잘 드러난다.

엔지니어이자 경영인이던 알렉산더는 잠시 일을 쉬면서 파리에 놀러 간 참이다. 미국으로 돌아간 그는 곧 일하던 필라델피아 철도 회사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기술, 재정, 인사의 바닥부터 꼭대기까지 모르는 게 없었다는 그는 지금도 그 이름을 딴 도로가 필라델피아에 남아 있을 정도로 전설적인 경영인이었다. 살아생전에는 '메리 커샛의 오빠'로서 역사에 길이 남을 줄은 몰랐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