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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비대면 진료' 도입 움직임에 ＂의사 등에 비수 꽂는 행위＂ 반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각국이 환자·정부·의료보험 3자가 합심하여 원격 의료 활성화로 질주하는 사이, 한국은 비대면 진료가 되레 후퇴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13만여 의사 회원을 상대로 "전화 상담·처방을 중단하고 내원하는 환자를 대상으로 대면 진료만 하라"는 권고문을 18일 발표했다. 정부는 지난 2월 24일 코로나 감염증이 확산하는 상황에서 만성질환자들이 자칫 병원을 찾았다가 감염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전화 상담과 처방을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지난 10일까지 26만2121건의 전화 상담·처방이 이뤄졌다. 이 중 의협 회원인 의원급 건수는 열 건 중 네 건(40.5%)에 달했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비대면 진료'라는 이름으로 사실상의 원격 진료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의협이 전면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의협은 "정부가 코로나라는 국가 재난 사태를 빌미로 원격 진료의 제도화를 추진하고 있는데 이는 코로나와 필수 일반진료에 매진하는 의사들의 등 뒤에 비수를 꽂는 파렴치한 배신행위"라고 했다.

우리나라는 원격 진료는 물론 의사 판단이 들어가는 원격 모니터링도 불법으로 간주한다. 환자 몸 안에 심어 생명을 위협하는 부정맥이 발생하면 자동으로 전기 충격을 주어 부정맥을 제거하는 삽입형 제세동기의 경우, 부정맥을 미리 감지하여 원격으로 조정하는 기능도 있다. 하지만 한국인 환자에게는 이 기능을 꺼놓고 몸 안에 심는다. 일본에서는 이 기능에 의료수가까지 별도로 주는데 말이다. 최첨단 원격 의료를 외면하는 '원시 의료'인 셈이다.

만성 신부전 환자가 집에서 복막 투석을 받으면, 노폐물 배출이 적절히 일어났는지가 인터넷을 통해 중앙정보센터로 전송된다. 병원 의사가 이를 보고 투석 강도를 원격 조절할 수 있지만, 이 또한 우리나라에서 스위치 오프다.

디지털헬스케어 회사들은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를 개선하는 게임기, 이른바 디지털 치료약을 개발하고 있다. 시험적으로 환자들에게 적용한 결과, 주의력 개선 효과가 나타났다. 하지만 환자들이 게임을 하면서 보인 행동 데이터를 병원 주치의에게 전송하여 처방 조절에 활용하면 이것도 불법이 된다.

신재원(가정의학과 전문의) 에임메드 대표는 "논란이 되는 원격 진료는 차후 도입하더라도 질병을 관리하고 개선하는 원격 모니터링은 환자를 위해 속히 허용돼야 한다"며 "이러다가 나중에 미국과 일본 등에서 쓰이는 원격 의료기기에 의존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