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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기·이중섭과 활동한 백영수, 수원시립미술관서 첫 회고전

겨울, 아내가 몸서리를 쳤다. 추운 집이었다. 창백한 아내를 위해 남편은 붓을 들어 해를 그리기 시작했다. 노란 화면에 유정란처럼 동그란 해가 담겨 있다. 1980년 프랑스 노르망디 작업실에서 화가가 아내에게 그려준 '해'가 미술관 벽면 높은 곳에 걸려 있다. 거기서 작고 따스한 새 한 마리가 깨어날 것만 같다.

백영수(1922~2018)가 그린 단출한 그림을 골똘히 살피면 가족이 웅크리고 있다. 군청색 바탕에 십자가 모양의 흰 별이 촘촘히 박힌 그림 '별'(2011) 역시 그러하다. 아내 김명애(72) 여사는 밖에 나가 별 보는 일을 즐겼다. 거의 모든 일상을 함께했으나 추위 탓에 외출이 어려웠던 화가는 "별을 그려줄 테니 그만 나가라"며 이 그림을 건넸다고 한다.

그의 사후 첫 회고전이 경기도 수원시립미술관에서 8월 9일까지 열린다. 1940년대 초기작부터 105점을 아우르며 다시점, 평면성, 단순성으로 대표되는 백영수 화풍의 변천사를 드러낸다. 1984년작 '가족'〈그림〉은 그 특징을 종합한 대표작이라 할 만하다. 장단 큐레이터는 "작업실을 배경으로 한 그림 중앙의 담배를 든 남자, 그 옆의 아이와 여인 등으로 미뤄볼 때 화가의 가족을 그린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조형적 순수성을 표방한 '신사실파' 동인으로 김환기·유영국·이중섭 등과 함께 활동했다. 1953년 제3회 '신사실파미술전'에 출품됐으나 유실돼 2010년 재제작한 '장에 가는 길'도 전시장에 내걸렸다.

전시장 1층에 화가의 작업실을 재현해놨다. 거기 놓인 모든 물건은 실제 작가의 유품이다. 그림이 안 풀릴 때마다 주물럭거리던 물감 튜브, 신작을 위해 비워둔 흰 캔버스도 관람객을 맞는다. 직접 물감으로 채색한 원형 벽걸이 시계는 지금도 작동하고 있다. 작가는 떠났지만 그의 시간은 계속되고 있다.

기고자 : 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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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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