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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코로나치료제 본토 생산조건… 벤처제약사에 4300억원 지원계약
日, 기업 불러들이는데 2조 투입… 佛, 마스크 제조 완전 자급 선언

미국 백악관과 보건복지부는 19일(현지 시각) 벤처 제약사 플로(Phlow Corp)와 3억5400만달러(약 4300억원) 규모의 관급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민간업체에 대한 미 복지부의 단일 계약 금액으론 사상 최대 액수다. 미국 정부는 계약 조건을 달았다. 버지니아주에 있는 이 제약사가 코로나 바이러스 치료제를 포함한 복제약 생산을 '미국 땅에서' 생산, 국가 전략 비축분에 즉시 공급한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트럼프 정부에 비판적이었던 미 언론들도 "해외로 빠져나갔던 의약 산업 공급망을 미국으로 복귀시키는 중요한 첫걸음" "핵심 제조업의 공격적 리쇼어링(reshoring)의 신호탄"이라고 평가했다.

코로나에 강타당했던 각국 정부가 나라의 명운을 걸고 공격적인 리쇼어링에 나서고 있다. 자국 기업의 생산라인을 국내로 다시 불러들이기 위한 총성 없는 전쟁에 돌입한 것이다. 자국 기업들이 그간 비싼 인건비와 환경 규제 등을 피해 생산기지를 아웃소싱해왔던 미국과 영국·프랑스·독일·일본 등 선진국일수록 제조업의 본국 회귀에 사활을 걸고 있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은 "국내 일자리 창출이나 핵심 산업 보호의 측면에서 리쇼어링의 명분은 수년째 거론돼 왔지만, 코로나 사태만큼 각국이 공급망 해외 의존의 충격을 느끼게 한 계기는 없었다"고 했다.

올 초 글로벌 공급망의 최대 생산기지였던 중국이 코로나로 멈춰 서고 국경이 닫히면서 각국이 핵심 부품 공급에 차질을 빚은 것이 발단이다. 또 각국이 수출길이 막히자 내수 진작으로 눈을 돌리면서, 국내 일자리 창출 측면에서도 리쇼어링은 최우선 과제가 됐다. 과거 '비용 절감'이란 기업의 논리가 우세했다면 이제는 '공급의 안전성'이 더 절실해졌고, 자국민의 건강과 안전, 핵심 산업과 일자리를 지킨다는 측면에선 리쇼어링이 더 좋은 산업 정책이란 인식이 급속히 퍼진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14일 "중국과 모든 관계를 끊겠다"며 공급망의 탈(脫)중국화를 선언하더니, 19일에도 "팬데믹은 중국 등으로부터 공급망을 돌려놓는 일, 경제적 독립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줬다"고 했다.

트럼프는 해외 투자를 지원하는 연방기관이 미국 내 제조업을 우선 지원하게 하는 내용 등을 담은 일명 '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 행정명령을 내렸고, 애리조나·오하이오·미시간 등 대선 경합주 중심으로 리쇼어링 기업 현장을 잇달아 찾고 있다.

재무부·상무부·국무부 등이 총동원돼 리쇼어링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과 규제 완화, 연구·개발비와 공장 이전비 등 보조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내놓고, 의회와 재계에선 250억달러 규모의 '리쇼어링 펀드' 조성을 논의 중이다. 미 의회에서 '연방 예산이 소요되는 중국산 약품 구매를 2023년까지 중단한다'는 법안까지 추진됐다.

일본에선 아베 내각이 지난달 리쇼어링 기업 지원에 20억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고, 실제 최근 400여 일본 기업이 리쇼어링에 협조하기로 했다. 프랑스에서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올해까지 마스크 제조의 완전한 독립을 이루겠다"고 선언하고, 장관들은 연일 '제조업 주권과 민족주의'을 외치고 있다. 영국도 정부기관과 시민단체, 학계가 나서 핵심 부품 수출 금지와 리쇼어링을 주장하고 있다.

☞리쇼어링(re-shoring)·오프쇼어링(off-shoring)

해외로 나간 자국 기업을 본국으로 불러들이는 것. 싼 인건비나 큰 시장을 찾아 외국으로 생산기지를 옮기는 '오프쇼어링(off-shoring)'의 반대말이다. 리쇼어링을 위해 각국 정부는 감세와 보조금 지급, 규제 완화 등을 유인책으로 내세운다.

[그래픽] 미국 정부·의회의 리쇼어링 정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