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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엔 프리미엄 제품만 남겨

LG전자가 구미 TV 생산 라인 일부를 인도네시아로 옮긴다. OLED(유기 발광 다이오드)·LCD(액정 표시 장치) TV 등 주력 제품의 국내 생산량을 이전해 인도네시아를 아시아 TV 생산 거점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한국 정부를 포함해 각국 정부가 코로나 이후 해외 공장을 자국으로 유턴시키는 '리쇼어링'(제조업 본국 회귀) 정책을 추진 중이지만, 우리 기업은 인건비 절감 등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밖으로 나가는 오프쇼어링(off-shoring)을 선택하고 있다.

LG전자는 20일 "이르면 올해 말 구미 TV 생산 라인 6개 중 2개를 인도네시아 찌비뚱 공장으로 이전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LG전자는 앞으로 구미 공장에는 롤러블(화면을 돌돌 마는) TV와 월페이어(벽지) TV 등 일부 프리미엄 제품만 남기고, 한국 포함 아시아 지역에 공급하는 모든 TV 물량을 인도네시아에서 생산한다. LG전자는 인도네시아 공장의 자동화 설비를 확충해 생산 능력을 50% 높일 계획이다. IT(정보 기술) 업계에 따르면 생산 라인 이전이 완료되면 연 200만~300만대가량의 TV 생산 물량이 인도네시아로 옮겨진다. 찌비뚱 공장은 지난 1995년 준공돼 TV·모니터·사이니지 등을 생산하고 있다.

LG전자는 "글로벌 TV 시장 수요가 정체된 데다 중국 업체의 저가 공세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빠르게 변화하는 경영 환경에 대응하는 차원의 결정"이라고 했다. 특히 올해 일본·중국 업체들이 OLED TV 시장에 새로 진입하면서 코로나에 따른 불확실성에도 해외 생산 라인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LG전자는 두 TV 라인에서 근무하던 직원들은 같은 사업장 내 다른 TV 생산 라인과 태양광 모듈 생산 라인으로 재배치한다.

LG전자는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수년 전부터 생산 시설을 해외로 돌리고 있다. 작년엔 평택 스마트폰 생산 라인을 베트남으로 이전하며 국내 생산을 중단했다. 세탁기·건조기도 북미는 미국·멕시코, 유럽은 폴란드에서 나눠 생산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지난 2009년부터 스마트폰 공장을 베트남으로 이전하며 현재 연간 스마트폰 생산량의 절반가량인 1억5000만대를 베트남에서 생산하고 있다.

반면 해외로 나갔다가 국내로 복귀하는 기업은 찾기 어렵다. 최저임금 상승, 주 52시간제 등으로 노동 유연성이 해외보다 낮은 데다, 국내 유턴으로 얻는 혜택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14~2018년에 해외에서 국내로 공장을 되돌린 한국 기업은 연평균 10.4곳으로 미국(483곳) 대비 40분의 1 수준이다. 재계 관계자는 "파격적 세제 혜택이나 규제 완화 등 기업을 불러들일 '당근'은 주지 않으면서 무작정 돌아오라고 한다면 기업들은 비용 문제로 쉽게 유턴을 결정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