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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지원금으로 총선압승 일조,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 2위로
양정철 ＂李, 당의 귀중한 자산＂
일각선 이낙연 前총리 위한 페이스메이커 역할 기대도

지난 대선 경선 때 문재인 대통령과 경쟁하며 '비문(非文)' 딱지가 붙었던 이재명〈사진〉 경기지사 주변으로 친문(親文) 인사들이 모이고 있다. 이 지사가 코로나 국면에서 긴급재난지원금 이슈를 이끌면서 총선 압승에 일조했다는 것이다. 민주당에선 "친문이 차기 대선 주자로 누구를 미는지 잘 모르겠다"는 말이 나오는 가운데 이 지사가 친문의 지원을 받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지사는 5월 12~14일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한 한국갤럽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에서 이낙연 전 총리(28%) 다음으로 11%를 얻으며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 2위에 올랐다. 올해 들어 3~4%에 머물던 이 지사 지지율이 총선 후 크게 오른 것이다.

이 지사는 2017년 대선을 앞두고 '비문 연대'를 거론하고 "내가 문재인 후보를 이긴다" 같은 거침없는 발언을 하다 극성 친문 지지자들에게 '미운털'이 박혔다. 친문 일색인 민주당에서 정성호 의원 말고 '이재명계'로 불리고 싶어하는 의원이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번 총선을 전후해 이 지사는 친문과의 접촉 면을 넓히고 있다. 이 지사는 문 대통령이 "썩 괜찮은 정치인"이라고 평했던 부산 친문 이재강씨를 경기도 평화부지사로 임명했다. 이씨는 2012년 부산 사상 국회의원 선거 때부터 문 대통령을 도왔다. 이 지사는 지난 17일 5·18 기념식 참석차 광주(光州)를 방문해 친문을 포함한 호남 당선자들과 비공개 회동도 가졌다. 특히 탁현민 전 청와대 행정관이 코로나 사태가 잠잠해지면 경기도 행사 자문을 담당할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 관계자는 "아직 공식적으로 결정된 게 없다"고 했지만 한 여권 인사는 "이미 얘기가 끝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도 최근 이 지사와 자주 통화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 전 원장은 얼마 전 이 지사 측근들과 만나 "대선 승리를 위해선 당의 스펙트럼을 넓혀야 하는데, 이런 면에서 이 지사는 당의 매우 귀중한 자산"이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도 총선 직후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갑자기 이 지사를 언급하면서 "코로나19 과정에서 신속하고 전광석화 같은 일 처리, 단호함으로 매력을 샀다. 앞으로 상당한 지지율 기반을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친문이 이 지사를 포용하려는 것 아니겠느냐는 해석이 나왔다. 한 친문계 인사는 "이낙연 전 총리보다 이 지사가 대선 주자로는 훨씬 파괴력이 있다는 얘기가 있다"고 했다.

일각에선 이 지사가 현 유력 주자인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이 지사가 굉장히 정치 감각이 뛰어난 사람이라서 언제 어떤 식으로 반문(반문재인)으로 돌아설지 모른다"며 "하지만 이 전 총리의 경선에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민주당 안팎에선 회의적인 반응도 만만치 않다. 한 수도권 의원은 "2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친문 김경수 경남지사는 살리고 대법원 판결만 남은 이 지사는 죽일 것이란 '김생이사(金生李死)'란 말이 나온다"고 했다. 이 지사는 '친형 강제 입원' 사건과 관련한 선거법 사건으로 항소심에서 당선 무효형인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런 가운데 친문 지지자들은 여전히 이 지사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 강성 당원들은 윤미향 당선자 논란에 연루된 이규민 당선자가 이재명 경기지사와 가깝다는 이유로 "이 당선자를 제명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20일 "이게 다 이재명을 제때 제명 안 해서 (발생한 문제들)"라며 "이재명의 남자 이규민 같은 가짜들이 문재인 대통령을 그렇게 팔면서 뒤에선 장난질을 친다"는 글이 올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