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검색목록 > 기사상세보기
타이틀

[팬데믹 시대, 역행하는 원격의료] (2) 의료계 눈치보는 한국, 21년째 시범사업만… 참여 병원 7곳 쉬쉬

    양지호 기자

    발행일 : 2020.05.23 / 종합 A8 면

    종이신문보기
    ▲ 종이신문보기
    국내 의료계는 원격진료에 대해 말그대로 '결사 반대'라는 입장이다. 대한의사협회는 22일 또 하나의 원격진료 반대 성명을 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난 20일 국내 의료기기업체 휴이노의 스마트워치형 심전도 측정기기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기로 한 것을 비난했다. 부정맥 환자 등이 이 기기를 착용하면 실시간 정보 전송을 통해 병원에서 위험 상황을 감지할 수 있다. 정부는 '이 정도는 원격진료도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진료·처방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의협은 "심전도 검사의 정확성에 대한 임상적 근거가 없다"며 "건보 적용을 철회하고 안정성 검사부터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격진료 도입을 위한 정부의 시도는 2000년부터 무려 21년째 '시범 사업'이라는 명목으로 추진되고 있지만, 의료계 반발을 넘어서지 못했다. 의협은 최근 청와대와 정부에서 원격진료 도입 논의가 나오자 이번에도 "의사들 등에 비수를 꽂았다"는 격렬한 반응을 보였다.

    정부가 의료계를 설득하고 단계적인 도입 방안 등을 이끌어내는 리더십을 보이지 못하면서 이런 상황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가 의료계 눈치만 본다"는 말까지 나온다. 정부는 시범 사업을 추진하면서 의료계의 반발을 의식해 참여하는 병원들의 명단 공개조차 쉬쉬하는 지경이다.

    중소벤처기업부 규제자유특구추진단은 지난 13일 강원도 산간벽지 고령·만성질환자 등에 대한 원격진료 시범 사업에 의원급 의료기관 7곳이 추가됐다고 발표했지만 명단은 '관보에 게재하겠다'며 공개하지 않았다. 중기부 관계자는 "지난해 사업 시작 당시 참여하겠다고 했던 병원이 의료계의 반대 기류를 의식해 참여하지 않겠다고 한 일이 있다"며 "강원도 측에서 공식 보도자료 등에서 명단을 밝히지 않았으면 한다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 사업은 작년 7월 시작된 것으로 원주·춘천 일대를 디지털 헬스케어 규제자유특구로 지정하고 의료법상 특례를 허용해 현행법상 금지된 의사-환자 간 원격진료를 시범 실시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김대중 정부 시절이었던 2000년부터 원격진료 도입을 추진하면서부터 달라진 것이 없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원격 모니터링 영역에서 의사-환자 간 원격진료 시범 사업을 추진했다. 그러나 2014년 의협 중심으로 총파업인 '집단 휴진'이 벌어지면서 전면적인 도입은 무산됐다.

    현행법상 가능한 의사-간호사, 의사-공보의 등 같은 의료인 간 원격진료 사업조차도 지지부진한 상태다. 지난해 8월 전북 완주군은 군내 운주·화산 지역에서 공보의와 방문 간호사를 활용한 원격진료 시범사업을 발표했다가 이틀 만에 보류했다. 전라북도의사회와 대한의사협회가 "환자 안전 보장 없는 원격진료를 철회하라" "의료계와 협의 없는 밀실 행정에 반대한다"며 강하게 반발했기 때문이다.
    기고자 : 양지호 기자
    장르 : 연재
    본문자수 : 1388
    표/그림/사진 유무 : 없음
    웹편집 : 보기
    인쇄 라인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