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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쇼크'로 타격을 입은 한국 기업들에 '미·중 갈등'이란 또 다른 충격파가 닥치고 있다. 최근 미국 정부는 한국 정부에 '탈(脫)중국 공급망 네트워크인 EPN(경제 번영 공동체)에 참여하라'고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미국의 제안을 받아들이면 중국이, 반대의 경우엔 미국이 보복할 우려 때문에 우리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기업 관계자들은 "미·중 사이에서 최대한 줄타기를 할 수밖에 달리 뾰족한 수가 없다"고 했다.

이미 미·중 갈등의 피해를 보는 기업도 적지 않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최근 미국이 중국 IT기업인 화웨이를 제재하면서 비상이 걸렸다. 미국의 제재로 화웨이 등 중국 IT기업들의 생산이 줄어들면 우리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의 수요도 동반 감소한다. 중국은 세계 반도체 수요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화웨이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반도체 추가 공급을 요청할 경우, 미·중 사이에 끼인 우리 기업들은 더 난처한 상황에 빠지게 된다. 이미 미국은 지난해부터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에 '화웨이 제품을 사용하지 말라'고 요구하고 있다. 현재 한국에선 5G(5세대 이동통신) 가입자의 30%를 보유한 LG유플러스가 화웨이 장비를 일부 사용하는 등 100여 기업이 화웨이와 거래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 견제를 위해 주요 부품 기업들에 미국 내 공장 신·증설도 종용하고 있다. IT 업계에 따르면 미 정부는 삼성전자의 미국 오스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확장에 매우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는 미국의 요구에 부응해 120억달러를 들여 미 애리조나주에 새 공장을 세우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미·중 가운데 어느 한쪽을 선택하면 다른 쪽에서 보복을 당할 것으로 전망한다. 중국은 지난 2016년 한국이 미국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를 배치하자 한국 기업들에 유·무형의 보복 조치를 가했다. 현대차는 2016년 104만대였던 중국 판매량이 지난해 68만대까지 급감했고, 롯데그룹은 중국 사업 철수 수순을 밟고 있다. 미국도 한국이 애매한 입장으로 친중(親中) 행보를 보일 경우, 고율 관세 부과 등 무역 보복을 할 가능성이 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결국은 선택의 순간이 다가올 것"이라며 "조용히 중국 의존도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고자 : 류정 기자 최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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