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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뒤에도 관세·투자·비자 계속 특별대우
지위 박탈땐 홍콩 경제 치명타
왕이 ＂미국, 新냉전으로 몰지마라＂
인민일보 ＂방범문 다는데 웬 참견＂

미국과 중국 갈등이 홍콩 국가보안법 문제를 놓고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중국이 홍콩 내 반(反)정부 활동을 처벌할 수 있는 국가보안법 제정을 밀어붙이자, 미국 고위 관료들이 일제히 미국이 홍콩에 부여하는 '특별 지위'를 폐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스티븐 창 영국 런던대 동양·아프리카 연구대학(SOAS) 교수는 워싱턴포스트에 "(금융 허브) 홍콩의 죽음이 시작된 것"이라고 했다.

중국이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국회 격)에서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을 선포한 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22일(현지 시각) 성명을 내고 "홍콩 입법 절차를 우회하고 홍콩 시민들을 무시하는 결정은 (중국이) 홍콩에 약속한 고도 자치권에 대한 종말의 전조(death knell)가 될 것"이라고 했다. 또 "중국이 형편없는 제안을 재고하고 국제적 의무를 준수하며 홍콩의 자치권과 민주적 제도, 시민적 자유를 존중하기를 강력히 촉구한다"며 "이는 미국이 홍콩의 특별 지위를 보전하는 데 핵심"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홍콩 자치권과 자유에 영향을 주는 어떤 결정도 필연적으로 (홍콩의 지위에 대한) 우리의 평가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가 언급한 특별 지위는 미국이 1992년 제정한 홍콩정책법에 따라 홍콩이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1997년)된 이후에도 홍콩에 대해 관세나 투자, 무역, 비자 등에서 중국 본토와 다르게 대우하는 것을 뜻한다. 이에 따라 미국은 홍콩에 대해선 기술 이전도 일부 허용하고 있고, 최대 25% 관세를 물리는 미·중 무역전쟁에서도 지금껏 예외를 허용했다. 홍콩은 이를 바탕으로 아시아 금융 허브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홍콩 내 민주화 요구 시위가 장기화되자 작년 11월 미 의회는 홍콩인권법을 통과시켰다. 일국양제(1국가 2체제)를 적용받는 홍콩의 자치 수준을 매년 평가해 홍콩에 부여한 특별 지위를 박탈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케빈 해싯 미 백악관 경제 선임보좌관은 22일 CNN 등과 인터뷰에서 "우리는 결단코 중국에 (보안법) 허가증을 주지 않을 것"이라며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특별 대우가 폐지되면) 홍콩에서 심각한 자본 탈출이 일어나고 더 이상 아시아의 금융 중심지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이 홍콩의 특별 지위를 박탈할 경우 관세가 올라가 한해 670억달러(약 83조원)에 이르는 미국과 홍콩 간 무역이 타격받을 것이라고 미국 언론들은 보도했다. 특별 지위가 박탈돼 비자 발급이 까다로워질 경우 다국적 기업 이탈로 금융 중심지 위상을 지키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

중국은 미국의 공세에 대해 '내정간섭'이라며 반발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24일 기자회견에서 "미국 일부 정치세력이 중·미관계를 신(新)냉전으로 밀고가는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이날 "(홍콩 국가보안법에 대한 미국의 반대는) 중국이 자기 집에 방범문(防犯門)을 다는 데 반대하는 것"이라고 했다. 기고자 : 워싱턴=조의준 특파원 베이징=박수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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