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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국회의장 도전장을 거둬들였지만, 그가 170여 명의 민주당 당선자들에게 보낸 '카톡 출사표'는 21대 국회와 정부가 가야 할 좌표였다. 김 의원은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데 국회가 온 힘을 쏟아야 하며, 이를 위해 규제의 빗장을 더 과감하게 풀어야 한다고 했다. 그래야 코로나 사태로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외국 자본이 국내 기업에 투자할 수 있고, 그게 바로 코로나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첫 단추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세계 100대 스타트업(투자액 상위)의 우리나라 사업 가능성을 분석한 민간 기구 자료를 동료 의원들에게 건넸다. 만약 세계 100대 스타트업이 규제 대국인 한국에서 사업을 펼친다면, 이들이 받은 투자액의 절반 이상은 국내에 들어오지 못했을 것이란 내용이 담겨있다. 누적 투자액으로 보면 864억달러(2019년 기준), 우리 돈으로 100조원이 넘는 거액을 얽히고설킨 규제가 날려버렸을 것이란 얘기다. 100조원이면 올해 예산(512조원)의 20% 가까운 돈이고, 이 돈이면 지난해 신설된 법인 10만여 곳에 10억원씩 나눠줄 수 있다.

우리 기업들은 지금 시계 제로 상태다. 지난 1분기(1~3월)엔 코로나 사태 초기여서 그럭저럭 버텼지만, 2분기부턴 생존조차 장담하기 힘들다. 세계 최대 경제대국인 미국의 2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 30%를 웃돌 것이라고 한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엔 치명적이다. 다행히 방역에 성공한 나라로 평가받으면서 국격과 브랜드 파워가 업그레이드됐다. 외신은 '어메이징 코리아'를 외치고, 수출 제품에 메이드 인 코리아를 붙여달라는 해외 바이어의 주문이 쏟아진다고 한다. 외환 위기와 글로벌 금융 위기에 이어 코로나 위기까지 넘어설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은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취임 3주년 연설에서 코로나로 인한 경제 위기를 '경제 전시 상황'이라고 규정하며 경제를 22차례나 언급했다. 집권 후반기엔 경제 문제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로 평가받을 만했다. 하지만 알맹이가 빠졌다. 탈(脫)규제를 선언했어야 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을 통한 소득 주도 성장과 주 52시간제 실시로 집권 전반기에 망가뜨린 경제를 일거에 회복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바로 규제 혁파다. 코로나 사태를 거치면서 이미 탈규제의 위력도 검증됐다. 두 달여 동안 26만 건이 넘는 전화상담·처방이 아무 탈 없이 이뤄지며 20년 동안 막혀있던 원격의료를 실시할 명분이 생겼고, 주 52시간제 규제를 풀어준 특별연장근로 덕분에 온 국민이 마스크를 쓰며 코로나 감염 위기를 넘겼다.

돈이 되면 지옥에서라도 투자하는 게 바로 기업이다. 규제를 풀면 투자는 물론 일자리도 늘어난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 봉쇄 조치로 어려움을 겪는 해외 진출 기업들의 리쇼어링(본국 회귀)을 유도하겠다고 했는데, 국내에 올 수 있도록 노동 규제 등을 걷어내 5.6%만 리쇼어링해도 13만명의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분석(한국경제연구원)이 있다.

선진국보다 방역을 잘했다고 들떠 있을 때가 아니다. 불황이 마치 코로나 때문에 온 것처럼 착시를 일으키고 있지만, 코로나가 언제까지나 경제 실정을 가려주지는 못한다. 여당 중진인 김진표 의원의 메시지는 여야, 좌우를 떠나 우리 경제의 명운을 가르는 탈규제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는 걸 얘기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임기 말에 늘 경제를 챙기며 걱정했다고 한다. 부동산 정책 실패를 비롯한 각종 경제 실정으로 고통받던 그를 지근거리에서 비서실장으로서 지켜본 사람이 바로 문 대통령이다. 집권 후반기를 맞아 경제정책 기조를 확 바꿀 수 있는 골든타임을 허비하지 않기 바란다. 기고자 : 김영진 경제부장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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