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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김복동' 해외 상영료 명목 1800만원 모금해 자체 수익 처리
배급사 ＂상영료 달라고 한 적 없어＂

정의기억연대(정의연)는 지난해 영화 '김복동'을 해외에서 상영하겠다며 국민들로부터 1800만원을 모았다. 하지만 그 대부분을 용도대로 사용하는 대신 정의연 수익금으로 처리했다. '배급사가 상영료를 받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등의 이유를 댔지만, 정작 배급사 측은 "처음부터 상영료를 달라고 한 적도 없다"고 했다.

정의연과 그 전신인 한국정신대대책협의회(정대협)가 이런 식으로 위안부 피해자를 앞세워 여러 차례 성금부터 모았다가 무산된 사업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있었다. 우간다 김복동 센터 건립 사업과 중국 난징 위안부 피해자 추모숲 조성 사업이 대표적이다. 애초 무리한 계획을 잡았거나, 정확한 협의 없이 비용을 부풀려 책정했기 때문이다. 사업이 무산되면 정의연은 해당 모금액을 돌려주는 대신 자체 수익금으로 돌리거나 받아놓은 돈을 다른 사업 용도로 돌렸다. 이 때문에 위안부 피해자들 사이에도 '정대협은 앵벌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정의연은 지난해 8월 위안부 피해자인 고(故) 김복동 할머니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김복동'의 해외 상영회를 위한 모금 캠페인을 인터넷 모금 사이트에서 진행했다. 스위스 제네바와 미국 워싱턴 DC, LA 등 총 9개 도시에서 상영회를 갖겠다고 했다. 정의연 안내문에 따르면, 모금 목표액은 1800만원. 영화 상영료(10회분)가 1300만원, 홍보물 제작 100만원, 영문 자료집 제작 100만원, 전시물 제작 300만원 등이었다. 단 사흘 만에 1800만원이 모였다.

올해 1월, 정의연이 모금 사이트에 1600만원이 남았다는 내용의 안내문을 올렸다. "국내 배급사와 협의해 해외 순회 상영회에 대한 상영료를 면제받았으며, 전시물 제작(비용)을 연대 단체에서 지급하게 되었다"며 "잔여 모금액은 향후 영화 '김복동' (추가) 해외상영회 및 2020년 정의연 해외 캠페인 예산으로 지출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김복동' 배급사인 엣나인필름 정상진 대표는 "정의연이 '김복동' 해외 상영료 명목으로 1만달러(약 1300만원)를 모금했다는 얘기는 처음 들었다"고 했다. 1만달러라는 액수도 해외 상영료 평균 액수를 크게 웃돌았다. 정 대표는 "보통 해외에서 상영하면 상영료로 회당 300~500달러 정도가 든다"며 "10회 상영이면 최대 5000달러(약 620만원)인데 어떻게 1만달러라는 숫자가 나왔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본지는 이에 대한 해명을 듣기 위해 정의연에 여러 차례 연락했지만 닿지 않았다.

비슷한 사례는 여럿이다. 작년 6월엔 아프리카 우간다에 '김복동 센터'를 짓겠다며 2억원을 목표로 대국민 모금 운동을 벌였다. "이미 부지를 확보했다"며 부지 사진과 영상까지 공개하며 돈을 모아, 작년 말까지 4300만원을 거뒀다. 그해 11월에는 현지를 방문해 착공식을 열었다는 보도자료까지 냈지만, 올해 1월 하순 돌연 "일본의 압력을 받은 우간다 정부가 센터 건립을 무산시켰다"고 주장했다. 후원금을 돌려주는 대신 "미국에 김복동 센터를 건립하겠다"고 했다.

2016년 9월부터 4개월간 중국 난징에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기리는 숲을 조성하겠다며 진행한 모금 프로젝트도 비슷하다. 당시 정대협과 사회적 기업 트리플래닛, 마리몬드는 크라우드펀딩으로 4000만원을 거뒀다. 하지만 이 사업은 사업 주체들끼리 알아서 무산시켰다. 트리플래닛 관계자는 "2017년 당시 정대협, 마리몬드 측과 논의한 결과 국내 숲 조성에 전념하기로 결정했다"며 "나무 몇 그루를 할머니들이 거주하는 마포구 쉼터에 심고, 후원금 잔액은 마리몬드 측이 정의연에 기부하는 방식으로 처리했다"고 전했다. 정의연 측은 이 사업이 무산된 것을 현재까지 후원자들에게 알리지 않고 있다.

앞서 고(故) 심미자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모임인 '세계평화무궁화회'는 2004년 발표한 성명에서 "언제 죽을지 모르는 위안부 할머니들을 역사의 무대에 '앵벌이'로 팔아 배를 불려온 악당들"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정의연이 이처럼 특정 명목으로 기부금을 거두고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것은 현행법 위반 소지가 있다. 기부금품법에 따르면 기부금은 모집 목적 외의 용도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를 어길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그래픽] 정의연·정대협 부실 모금 사례들 기고자 : 이기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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