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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에 재조명된 비의 열정

가수 비(본명 정지훈·38)의 '깡' 뮤직비디오가 24일 유튜브 조회 수 1000만뷰를 넘었다.

2017년 발표 당시 과한 자아도취의 춤과 가사로 망작(亡作)이라는 혹평을 받았던 노래다. 그러나 최근 하루 한 번은 깡 뮤비를 본다는 '1일 1깡' 열풍을 불러일으키며 인터넷에서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되더니, 최근 한 예능 프로그램 출연 후에는 가장 잘나가는 남자 연예인이 됐다. 두 딸의 아빠가 된 비는 왜 갑자기 소환된 것일까.

◇열정 가득한 '야생남'이 돌아왔다

"스파클링워터, 미니양배추 10알, 요거트볼, 사과 2분의 1, 오렌지, 구운 고구마 1개, 닭가슴살 200g. 견과류."

깡 열풍과 함께 유행하는 '비의 다이어트 식단'이다. 비처럼 탄탄한 근육을 보여주려면 이렇게 먹고 운동해야 한다는 것. "무대에 서기 위해 사과 하나만 먹고 굶었어요"라고 말하던 요즘 아이돌과는 사뭇 다르다.

비의 상징은 남성미다. 깡에서도 그는 쉴 새 없이 근육을 뽐낸다. 예능에서도 유재석이 놀리자 이렇게 말한다. "형, 그러면 나 옷 찢는다?" 생존마저 위협받는 코로나 시대에 남성미가 재조명됐다. 일명 '짐승남의 귀환'이다.

비뿐 아니다. 올 초 최고 역주행 곡은 2PM 준호의 '우리집'이었다. 터질 듯한 셔츠를 입고 "우리 집으로 가자"고 추는 직캠 영상에 젊은 층은 "왜 이걸 지금 봤을까"라며 열광했다. "지금은 멸종한 짐승돌의 모습" "20대 때 몰랐던 그들의 매력을 30대가 되니 알게 되네요" 등의 반응이 나온다. 2000년대 초반 일본에서 분 한류 배경과 비슷하다. 당시 일본은 초식남 열풍으로 여자보다 예쁜 남자 연예인이 대부분이었는데, 잃어버린 경제 20년에 지친 여성들이 '남자다운 남자'를 찾다 한류에 빠진 것.

최근 컴백하는 요즘 아이돌들도 '야생남'을 장착하기 시작했다. BTS의 강력한 후계자로 불리는 NCT127은 전설적인 배우 이소룡을 오마주한 노래 '영웅'으로 빌보드 차트에 오르더니 지난 17일 컴백한 노래 '펀치(punch)'에서는 복싱 선수가 돼 "내 피가 끓어/거칠 게 없어/…/전부를 바꿀 파이터"라고 부른다. 이름부터 '괴물'이 들어간 또 다른 후계자 '몬스타엑스'도 지난 23일 흑표범 콘셉트의 '판타지아'로 컴백했다. 기획사 스타쉽 측은 "앞을 가로막는 모든 것을 부수고 나아가겠다는 패기와 에너지를 보여주는 노래"라고 말했다.

◇"마세라티 갖고 싶어? 일해!"

비의 또 다른 매력은 '열정'이다. 비는 "댄스 가수라면 무대를 부수고, 눈빛을 발사해야 했다"고 말했다.

한동안 '열정'이란 말은 부정적으로 쓰였다. 비가 "1일 1깡도 부족하다. 1일 3깡은 해야지"라며 받아치자 사람들은 "본투비 긍정"이라며 더욱 열광한다. "깡으로 코로나 우울증 치료" 같은 말도 나온다. 최근 동방신기 유노윤호가 '열정 만수르'로 재조명되는 것도 비슷하다. 이대화 대중음악평론가는 "비는 노래 'La song(라송)'이 트로트 같다고 비판받을 때 태진아와 함께 무대에 서고, '자전차왕 엄복동'이 흥행 실패로 조롱받을 때도 쿨하게 넘겼다"며 "이런 태도가 그를 더욱 편하고 재밌게 소비하게 한다"고 했다.

비는 다 가진 남자다. 유튜브에서 함께 화제가 된 영상은 "비가 산 건물들" "비 아내 김태희 외모" 등이다. 댓글도 "건물 몇 채 있는 비 형도 저렇게 열심히 사는데 나도 열심히 살아야지" 등 반응이다.

성공 대신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 주목받던 시기를 지나 다시 성공을 갈망한다. 비는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태어나 노력으로 성공한 입지전적 인물이다. 최근 인기를 끈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의 박새로이(박서준)도 비슷하다. 팝 역주행 곡인 2013년 발표된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워크 비치'도 최근 노동요로 소환됐다. "너 부가티 원해? 마세라티 타고 싶어? 그럼 일해!" 기고자 : 이혜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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