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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 멧돼지 감염 올 568마리… 강화·파주·김포·연천 피해 심각
정부는 재발 우려, 재입식 막아… 배상·지원금 놓고 불만 커져

"8개월 동안 돈사(豚舍)에 돼지 한 마리 못 넣어봤어요. 전기세 기본료만 월 100만원 이상 계속 물어요."

지난 18일 경기도 김포의 한 돼지 농가에서 윤모(53)씨는 농장 가운데 설치된 돈사를 쳐다보면서 한숨을 쉬었다. 시멘트 바닥의 먹이통, 배변 시설 등은 사용한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이 농장은 작년 가을까지만 해도 돼지 5000여 마리를 기르던 곳이었지만, 이제는 모든 울타리가 텅 비어 있다. 돼지 한 마리 보이지 않는 돼지 농장 정문에는 '방역 조치를 하지 않은 차량은 들어갈 수 없다'는 경고 문구가 보였다. 30년간 돼지 농장을 운영해왔다는 윤씨는 "구제역 때도 살처분은 있었지만 돈사를 빈 상태로 유지한 기간이 3개월을 넘긴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작년 10월이 집돼지 마지막 발병

국내 양돈 농가의 집돼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한 것은 지난해 10월 9일이 마지막이지만, 농가의 어려움은 계속되고 있다. 야생 멧돼지에선 ASF가 계속되자, ASF 재발생을 우려한 정부가 아직 재입식(다시 돼지를 우리에 넣는 작업)을 허가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돼지열병 발생 농가는 열네 곳에 그쳤다. 하지만 방역 당국은 바이러스 차단을 위해 강화, 김포, 파주, 연천 지역 261개 농가의 45만 마리 넘는 돼지를 살처분했다.

농가와 정부는 배상금 책정을 두고 진통을 겪었다. 농림부 관계자는 "돼지 한 마리당 34만8000원으로 환산해 매수하고 보상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 농장주는 "올 초가 되어서야 보상금 합의가 이루어져 아직 못 받은 농가도 많다"며 "그사이 매출이 0원이었으니 대출금 갚다 못해 가압류 절차에 들어간 농가도 여럿"이라고 했다.

◇한돈협회, "재입식 허용하라" 청와대 앞 천막 농성

대한한돈협회는 지난 11일부터 청와대에서 천막 농성을 시작하는 등 피해 농가 재입식을 촉구하고 있다. 오명준 대한한돈협회 연천지부 사무국장은 "방역 설비를 갖춘 농가부터 돼지를 다시 키울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하는 중이지만 정부에서는 아예 방역 지침 자체를 내려주지 않았다"고 했다.

지원금을 두고도 갈등이 크다. 정부는 농가에 지난해와 올해 두 차례에 걸쳐 각 3개월분의 생계안정지원금을 지급했다. 돼지 2000마리를 키우는 중간 규모 생계형 농가의 경우 6개월분으로 약 400만원가량을 받았다. 월 65만원 수준이다. 오 국장은 "생계안정지원금은 시설 유지비보다도 못하다"고 했다.

◇야생 멧돼지 감염 사례 올 들어 568마리

문제는 야생 멧돼지에서 지속적으로 ASF 바이러스가 발견되고 있다는 점이다. 환경부는 지난 13일부터 19일까지 일주일간 ASF 11건이 추가로 발생했다고 지난 20일 밝혔다. 현재까지 야생 멧돼지에서 ASF 발생 건수는 총 623건, 이 중 올해 발견된 건수만 568건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ASF 조기 방역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는 체코도 종식 선언까지 1년이 걸렸다"고 했다. 기고자 : 김포=김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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