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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대법원장, 법관대표회의서 ＂좋은 재판은 국민 중심에 둔 재판＂
조국·靑선거개입 등 재판 중인데 ＂대법원장이 외풍 부르나＂ 비판도
대법원 ＂원칙론 강조한 것일 뿐＂

김명수〈사진〉 대법원장은 25일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국민 눈높이에서 어떤 재판이 '좋은 재판'인지를 생각하고 실천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대법원장은 이날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전국법관대표회의 제1차 정기 회의에 참석, 인사말에서 "좋은 재판은 국민을 중심에 둔 재판"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여권 인사들에 대한 재판이 줄줄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여론 재판'을 주문하는 듯한 부적절한 발언"이란 지적이 나왔다. 한 원로 법조인은 "이런 때일수록 사법부 수장은 '법률과 양심'에 따른 재판을 강조해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더구나 총선 이후 사법부는 불과 5년 전 대법원 전원 합의체가 유죄로 판단한 '한명숙 전 국무총리 정치자금 9억원 수수 사건'과 관련해 여권 일각의 '재심(再審)' 요구에 직면해 있다.

이날 김 대법원장은 10분 남짓한 인사말에서 '국민'을 7차례 언급했다. 그는 "재판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되고 충실하게 심리되고 있다고 국민이 느낄 수 있도록 우리가 할 일이 무엇인지 더욱 진지하게 고민하고 토론해 달라"고 했다.

이에 대해 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는 "법관은 헌법으로 정한 법률과 양심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지 국민 눈높이를 준거 기준으로 삼아선 안 된다"며 "대법원장은 언제 어디서나 사법부 독립 수호를 위한 방패 역할을 하는 발언을 해야 한다"고 했다. 하창우 전 대한변협 회장은 "김 대법원장 발언은 최근 총선 결과에서 드러난 민의를 재판에도 반영해야 한다는 취지로 오해될 수 있다"며 "사법부 내 법적 안정성을 해치는 말"이라고 했다.

발언 시기를 두고도 뒷말이 나온다. 현재 법원에서는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 입시 비리, 청와대의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김경수 경남지사 댓글 조작 공모 의혹 사건 등 여권 인사들이 기소된 재판의 1·2심이 동시에 진행 중이다. 헌법학회장을 지낸 한 교수는 "(김 대법원장 발언은) 여권 관계자 사건을 맡는 법관에게 부담을 줄 수밖에 없는 발언"이라고 우려했다. 한 전직 헌법재판관은 "대법원장은 여론과 정치의 외풍을 막아줘야 하는 자리인데 오히려 외부 바람을 들이는 관문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역대 대법원장들은 법관 회의에서 법과 원칙을 강조하는 발언을 해왔다. 2009년 전국 법관 워크숍에서 이용훈 전 대법원장이 "법과 양심에 따라 재판하면서 외부에서 전달되는 소리는 보편적인 것이어야 한다"고 말한 게 대표적이다. 김 대법원장도 지난 2017년 12월 고(故) 이일규 전 대법원장 서세(逝世) 10주기 추념식에서 "여론이나 소셜네트워크를 가장해, 때로는 전관 예우 논란을 이용해, 때로는 사법부 주요 정책 추진과도 연계해 재판의 독립을 흔들려는 시도들이 있다"고 했다. 이날 김 대법원장의 인사말은 그런 과거 발언과도 상충된다는 지적이다.

논란이 일자 대법원은 이날 "오늘 김 대법원장 발언은 공정하고 투명한 재판 진행을 위한 원칙론을 강조한 것일 뿐"이라고 했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김 대법원장이 취임한 이후인 2018년 2월 상설화되면서 사법 제도 개혁의 자문 기구 역할을 하고 있다. 각급 법원에서 선발된 대표 판사 110여 명으로 구성된다. 이날 회의에선 4기 의장으로 오재성 전주지법 부장판사를 선출했다. 오 부장판사는 진보 성향인 우리법연구회장을 지냈다. 기고자 : 김아사 기자 이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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