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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원인 규명·경찰 수사 늦어져
업체들도 피해자 보상 나몰라라
유족들 ＂아무도 이곳에 관심없어＂

지난달 29일 38명이 사망한 이천 물류 창고 참사가 발생한 지 한 달 가까이 됐지만 화재 원인 규명, 피해자 보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경찰은 네 차례 감식에도 발화 지점조차 밝히지 못했고, 시행·시공사 측은 피해자 보상에 뒷짐을 지는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적지 않은 유족들이 장례도 못 치르고 있다. 답답한 유족들은 29일 청와대나 광화문에서 상경 집회를 준비 중이라고 한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사고 발생 직후 특별수사본부까지 출범시켰지만 관련자 몇 명만 입건한 상태에서 정확한 화재 원인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수사가 미진하다 보니 유족들과 보상 내용을 협의해야 할 시행·시공사의 태도도 달라졌다는 것이다. 앞서 배용주 경기남부경찰청장은 "원청 업체(시행사)에도 책임을 묻겠다"며 강도 높은 수사와 처벌을 예고했다. 사고 직후 여론이 좋지 않자 관련 회사 관계자들은 줄줄이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세 차례 보상 협의에서 시행·시공·감리사들은 제각각 "원칙적으로 우리 책임은 아니다" "우리는 배상 의무가 없다"는 태도로 일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 측 김용준 변호사는 "지금쯤이면 처벌 대상과 수위 등 경찰 수사가 가닥이 잡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보니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합동 영결식을 논의조차 못 하고 있다. 냉동 보관되던 시신도 시간이 지나면 부패하기 때문에 일부 유족은 어쩔 수 없이 화장을 하고 유골을 이천 시립 추모의 집에 안치했다. 생업을 포기하고 분향소를 임시 거처 삼아 생활했던 유족 100여명도 각자 일터로 떠나면서 지금은 60명 정도 남았다. 남은 유족들은 "뭉쳐야겠지만 아이 양육, 노부모 봉양 등 피치 못할 사정으로 뿔뿔이 흩어지는 사람들을 붙잡긴 어렵다"고 했다.

유족들은 이런 상황이 장기화할 것을 걱정하고 있다. 사상자 14명을 낸 2016년 남양주 지하철 공사장 폭발 사고의 경우, 시행·시공사 등의 책임 소재가 명확지 않아 형사사건 재판의 1심이 2년째 중단돼 있다. 관련 법리를 다투는 대법원 사건의 결론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사고 직후 정치인 등 유력 인사들로 북적였던 분향소도 이제는 한산하다. 대통령, 총리, 도지사, 당대표 등 유력 정치인의 조화만 빼곡할 뿐 조문객 발길이 끊긴 지 오래다. 희생자 영정 사진 앞에는 카네이션, 맥주 한 캔, 과자 등이 놓여 있을 뿐이다. 결혼 1년 만에 남편을 잃은 박시영씨는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겠다고 정치인들이 위로하고 갔지만 이뤄진 것은 없다"고 했다. 박종필 유족 대표는 "대통령을 포함해 아무도 이곳에 관심이 없다"며 "정부가 우리를 잊지 않고 있다는 의지를 보여달라"고 했다. 기고자 : 이천=조철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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