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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진학 왜 안 했냐고요? 올림픽 위해 미뤘을 뿐＂

2004년생, 고등학교 1학년과 동갑인 탁구선수 신유빈(대한항공)에게 지난 반년은 무척 고된 시간이었을 것이다. 올 초 포르투갈 곤도마르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단체전 예선에서 올림픽 본선행 주역이 된 그는 곧이어 고교 진학을 미루고 실업팀 입단을 택했다. 부산 세계탁구선수권대회를 눈앞에 두고선 코로나가 창궐했다. 올림픽까지 1년 연기됐고, 진천선수촌 입촌과 외출 통제, 퇴촌, 재입촌 준비, 재입촌 직전 보류까지 숨 가쁘게 이어졌다.

그렇지만 지난 15일 인천 서구 대한항공 여자 탁구단 훈련장에서 만난 신유빈은 걱정이 전혀 없어 보였다. 오히려 생글생글 웃으며 "아침에 스승의 날 깜짝 이벤트를 했다. 사흘 동안 새벽까지 케이크와 영상편지를 직접 만들고 풍선 수십 개를 불었다"고 자랑했다. 늘 대회를 준비하느라 케이크 하나 사오는 게 전부였지만, 올해는 코로나로 대회가 없어 여유가 생겼다고 했다.

이태원발 코로나 재확산으로 진천선수촌 재입촌이 무기 연기되면서 신유빈은 팀 체육관에서 매일 훈련을 이어가고 있다. 팀 숙소인 아파트와 훈련장 사이 수십m가 유일한 동선이다. 그는 선수촌에서 외출하지 못하고 머무를 때를 떠올리면서 "오히려 재밌었던 시간"이라고 했다.

"노래방 같은 시설을 전부 닫아, 갈 데가 편의점밖에 없었어요. 처음엔 '아니, 뭐 이런 상황이 다 있나' 했는데, 그래도 그 덕분에 유도 같은 다른 종목 언니들하고 많이 친해졌어요. 서로 유도 업어치기나 탁구 가르쳐주고요."

코로나로 인해 학생 선수들 훈련이 사실상 중단되며 신유빈의 실업팀 입단은 오히려 '신의 한 수'가 됐다. 팀원뿐 아니라 고교 남학생 유망주를 상대로도 라켓을 휘두르고 있다. 신유빈과 같은 또래 여학생들은 실업팀과 수준이 맞지 않아 동네 탁구장에서 개인 연습을 한다고 한다.

신유빈이 대한항공 입단을 택했을 때 세간엔 '고교 진학을 포기했다'고 알려졌고, 일각에선 학력 경시 풍조라며 비판했다. 이날 딸 훈련장을 찾은 아버지 신수현씨는 "딸을 고등학교에 아예 안 보내고 학업을 포기시킨 게 아니라, 지금 더 중요한 탁구에 집중하기 위해 미룬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씨는 "국제대회를 준비하고 참가하며 학교에 다니면, 수업을 들어도 이해도 못 하고 앉아만 있다가 나왔을 것"이라고 했다.

신유빈은 그 대신 영어 등 주요 과목은 개인교습으로 배울 예정이다. 그는 입단 전 아버지가 운영하는 탁구장에서 탁구 동아리 활동을 하는 대학생 오빠들에게 일주일에 세 번 영어 과외를 받았다고 한다. 현재는 코로나 때문에 잠시 학업을 멈췄다. 그는 "코로나 사태가 끝나면 영어 공부를 더 하고, 중국어도 꼭 배우고 싶다"고 했다.

'학교 친구를 못 사귀는 게 아쉽지 않을까'라고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다. 신유빈은 친구 얘기가 나오자 억울한 듯 "친구 많다. 탁구 하는 친구들도 있고, 중학교를 집에서 멀리 다녀서 그때 알게 된 언니들도 많다"고 했다.

학업까지 미뤄가며 준비하던 올림픽이 1년 연기됐을 때 느낌은 어땠을까.

"준비하는 기간이 길어졌으니 그동안에는 힘들겠죠. 하지만 올해 열리는 것보다 준비할 시간이 더 늘어서 좋아요. 우선 9월 부산 세계선수권대회 준비 잘해서 좋은 모습 보여 드릴게요." 기고자 : 인천=김상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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