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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온공주의 '자경전기' 바탕으로 한글박물관 '덕온체' 개발 시작

단아하면서도 우아한 한글 궁체(宮體)가 한지 위를 흐른다. 조선왕조의 마지막 공주인 덕온공주(1822~1844)가 한글로 쓴 '자경전기'. 덕온공주의 할아버지인 조선 22대 왕 정조가 어머니 혜경궁 홍씨를 위해 창경궁에 지은 전각 자경궁의 유래를 밝힌 책이다. 덕온공주는 아버지 순조가 한문으로 쓴 이 책을 번역해 아름다운 한글 궁체로 또박또박 써 내려갔다.

이 우아한 한글 궁체가 디지털 글꼴로 되살아난다. 국립한글박물관은 한글 궁체의 조형미를 풍부하게 담고 있는 덕온공주 글씨를 활용해 디지털 한글 글꼴 '한글박물관 덕온체(가칭)' 개발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심동섭 관장은 "옛 문헌 자료의 가치를 새롭게 되살리고 한글 글꼴의 다양성을 활용하기 위해 주요 소장 자료의 글씨를 복원해 디지털 글꼴로 개발하는 사업을 진행한다"며 "우리 박물관의 주요 소장품인 덕온공주의 친필 자료가 첫 번째 주인공"이라고 했다.

덕온공주는 어려서부터 책 읽고 글씨 쓰는 것을 좋아해 많은 양의 한글 자료를 남겼다. 대표 자료인 '자경전기'에는 정조, 순조, 덕온공주로 이어지는 조선 왕실 3대의 깊은 효심이 담겨 있다. 총 48면으로 이뤄진 절첩을 길게 펴면 길이가 무려 5m에 달한다. 박물관은 이 외에도 부녀자가 지켜야 할 덕목이나 예절 등을 기록한 '규훈', 주역의 64괘를 풀이한 '일촬금' 등 덕온공주 친필 자료의 필체를 분석하고 현대 디지털 기술로 되살려 한글의 단아한 멋을 담은 글꼴로 개발할 예정이다. 강연민 학예연구사는 "덕온공주 글씨체는 왕실의 우아함과 정제된 단아함이 느껴지는 아름다운 글씨체로 정평 나 있다"며 "소장 자료를 고화질로 촬영해 글자를 분석하고 연구하는 과정을 거쳐 내년쯤 덕온체가 탄생할 것"이라고 했다.

편지부터 역사책까지, 조선 왕실 여성들 사이에서 중요한 의사소통 수단은 한글이었다. 국립한글박물관은 2016년부터 2019년까지 덕온공주 집안의 한글 유산 667점을 수집했고, 두 차례 기획 전시를 통해 소개한 바 있다. 덕온공주의 가례 당시 자료와 공주의 집안이 왕실과 주고받은 편지 등 왕실 여성들의 한글 문자 생활과 19세기 국어의 특성을 알려주는 귀중한 자료들이 남아 있다.

박물관은 추후 '한글박물관 덕온체'를 디지털한글박물관(archives.hangeul.go.kr)을 통해 무료로 배포할 예정이다. 기고자 : 허윤희 기자
장르 :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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