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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홍콩보안법' 표결 앞두고 군까지 동원해 여론 압박 나서
홍콩 관할권 없는 中사법부도 ＂국기·國歌 모욕범죄 엄벌할 것＂

중국이 군(軍), 관영 매체, 홍콩 내 친중(親中) 인사 등을 총동원해 '홍콩 국가안전법률 및 집행기구에 관한 결정'(홍콩 국가보안법)을 밀어붙이기 위한 총력 여론전에 나섰다. 반면 홍콩 야당과 변호사협회 등은 "홍콩 기본법(홍콩 미니 헌법 격)에 위배된다"며 반대 성명을 내고 반발하는 등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국회 격)는 홍콩 내 반정부 활동을 감시·처벌하는 내용의 홍콩 보안법을 26일 심의한 뒤 28일 전체회의에서 표결로 처리할 예정이다.

중국 관영 CCTV는 26일 홍콩 주둔 인민해방군 사령관인 천다오샹 인터뷰를 여러 차례 틀었다. 전인대 대표이기도 한 천 사령관은 "전인대에 보고된 홍콩 보안법안을 지지하겠다"며 "홍콩 주둔 장교와 병사는 중앙의 결정과 정책을 끝까지 관철하겠다"고 했다. 홍콩에는 약 1만명의 인민해방군이 주둔 중이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이날 논평에서 지난해 홍콩 내 반정부 시위가 6개월간 계속되는 등 혼란스러웠던 이유가 "미국을 필두로 한 서방 적대세력의 간섭 때문"이라며 "홍콩 보안법은 홍콩의 장기적인 안정을 보장한다. 특히 홍콩을 혼란에 빠뜨리려는 외부 세력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했다.

중국 최고인민검찰원과 최고인민법원 등 중국 사법기관도 25일 전인대 업무 보고를 통해 국가 안보와 사회 질서를 강조했다. 저우창 최고인민법원장은 이날 업무 보고에서 "침입, 전복, 파괴, 폭력, 테러 등의 범죄를 법에 따라 엄정하게 처벌해 사회 안정을 해치는 범죄에 대해 고도의 태세를 유지하겠다"며 "국기와 국가(國歌), 국가 휘장을 모욕하는 범죄는 엄중히 처벌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사법부는 홍콩에 대한 관할권이 없지만 이날 발언이 지난해 홍콩 반정부 시위 사태 당시 시위대가 국기를 불태우고 밟은 것을 감안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2002년 당시 홍콩 행정장관으로 홍콩 의회를 통해 홍콩 보안법을 추진했던 둥젠화 중국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국정 자문기구 격) 부주석은 25일 언론들과 만나 "(홍콩은) 전인대의 홍콩 보안법 제정을 큰 소리로 응원해야 한다"고 했다고 홍콩 명보가 26일 보도했다. 초대 홍콩 행정장관인 둥 부주석은 2003년 홍콩 시민 50만명이 반대 시위에 나서자 법안을 철회하고 2005년 임기를 2년 남겨놓은 상황에서 조기 퇴임했다.

홍콩 야권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홍콩변호사협회는 25일 공개 성명을 내고 홍콩 보안법에 대해 "우려스럽고 문제가 많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홍콩변호사협회는 홍콩 보안법이 "홍콩 의회의 입법권을 침해하고 시민 의견 수렴 절차도 없었다"며 "홍콩이 가입한 유엔의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대한 국제협약'에 맞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홍콩 야당인 민주당 우치와이 주석도 이날 "홍콩 보안법이 시행되면 사람이 법을 통제하고, 홍콩은 그저 권력을 가진 사람의 말을 들어야 하게 될 것"이라며 "시민의 반대 서명을 받겠다"고 했다.

지난 24일 홍콩 보안법 반대시위가 벌어졌던 홍콩에서는 27일에도 시위가 예고돼 있다. 홍콩 의회가 27일 '국가(國歌)법'을 심의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의회 주변에 시위대 진입을 막는 시설물과 검문소를 설치하는 등 긴장감이 돌고 있다. 국가법은 중국 국가인 '의용군행진곡' 가사·악보를 공개적으로 헐뜯거나, 국가를 왜곡해 연주할 경우 최고 5만홍콩달러(약 800만원)의 벌금이나 3년 이내의 금고형에 처하는 내용이다. 홍콩 야당들은 "국가 모독 행위가 모호하다"며 정부안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 일부 홍콩인은 27일 국가법 반대 수업 거부, 시위를 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기고자 : 베이징=박수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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