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검색목록 > 기사상세보기
타이틀

[양상훈 칼럼] '無자본 특수법인'들의 분노 비즈니스

    양상훈 주필

    발행일 : 2020.05.28 / 여론/독자 A34 면

    종이신문보기
    ▲ 종이신문보기
    과거 정치인들이 공공연하게 기업인들에게 '정치자금'을 요구하던 시절이 있었다. 여야를 가리지 않았다. 정치인들의 일과는 돈 받아낼 기업인을 만나는 것으로 시작하는 경우도 많았다. 돈 뜯기는 것이 일상이 된 기업인들은 정치인을 '한국형 무(無)자본 특수법인'이라고 불렀다. 자본은 단 한 푼 투자하지 않고도 돈을 만드는 특수법인인데 오직 한국에만 있다는 것이다. 자본 투자가 0원이기 때문에 이익률은 '무한대'다. '특수법인'이라서 책임도 지지 않는다.

    무자본 특수법인의 영업 행위가 가능했던 것은 강력한 영업 무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기업인들을 국회로 불러 망신 주거나, 무엇을 폭로한다거나, 수사를 시키는 등의 '힘'이 그 무기였다. 기업인들은 그 힘 앞에서 '생명보험'을 든다는 생각으로 돈을 줬다. 기업인들 중에는 자신이 직접 무자본 특수법인을 차리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한 사람도 있었다. 재벌 회장이 정치에 뛰어든 것은 매년 정치인들에게 주는 돈만큼을 자신이 직접 쓰면 '무자본 특수법인' 중에서 1등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정치자금법과 선거법이 바뀌고 정착되면서 정치 무자본 특수법인은 거의 사라지거나 약화됐다. 그 자리를 대신 메운 것이 이른바 '시민 단체'다. 전국에 1만5000곳 안팎이라는 시민 단체 중에는 정말 자원봉사로 유지하며 사회의 소금 역할을 하는 곳이 많이 있다. 이들을 폄훼할 생각은 조금도 없다. 오히려 존경한다. 그러나 시민 단체를 직업으로 만든 프로페셔널들이 '무자본 특수법인'화한 곳도 적지 않다. 이런 시민 단체들도 자본 0원으로 돈을 만든다. '영업 무기'도 정치 무자본 특수법인들과 그 본질이 다르지 않다. 무엇을 폭로한다거나, 불매운동을 한다거나, 반대 시위를 한다거나, 수사를 유도하는 등의 '힘'이다. 기업들은 여기에도 '생명보험'을 들어야 한다. 작년에 우리나라 기업이 낸 '준조세(세금은 아닌데 세금처럼 나가는 것)'는 4대보험료를 빼고 30조원에 달하는데 이 중 상당액이 이런 시민 단체 무자본 특수법인에 들어간 것이다. 윤미향의 정의기억연대(정의연)가 한 대기업에서 10억원을 받은 것은 이 시간에도 전국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사례 중 하나일 뿐이다.

    시민 단체 중 가장 강력한 무자본 특수법인은 운동권들이 만든 것이다. 스무 살부터 정치를 한 사람들이어서 정치 무자본 특수법인의 전략과 생리를 잘 안다. 어디를 어떻게 찌르면 돈이 나오는지 알고 있다. 참여연대가 시민 단체로서는 세계에서 가장 좋을지도 모르는 자체 사옥을 지으면서 기업들에 신축을 알리는 공문을 보낸 것은 찌를 곳을 찌른 것이다.

    이 운동권 무자본 특수법인들은 민주당하고 거의 한 몸과 같다. 지금은 집권 세력이 됐다. 국민 세금이 이들에게 흘러 들어가는 통로가 커지고 공식화된 것을 의미한다. 정의연은 2016년에 국고보조금을 1600만원 받았는데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뒤 작년엔 7억4000만원을 받았다. 운동권 시민 단체들이 대부분 이럴 것으로 추측한다. 작년에 전국 시민 단체가 받은 국가 예산은 수천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각 부처 공무원들이 쩔쩔 맬 정도이니 기업에 운동권 시민 단체는 두려운 대상이다.

    과거의 정치 무자본 특수법인과 지금의 운동권 무자본 특수법인은 한 가지 큰 차이점이 있다. 정치는 순전히 '완력'을 수단으로 사용했지만 운동권은 '분노'를 이용한다. 어떤 대상에 대한 일반인들의 '분노'를 촉발할 수 있다는 것은 강력한 힘이다. 약점이 많은 기업들은 꼼짝할 수 없다. 일반 대중의 분노는 특히 선거에서 큰 힘을 발휘한다.

    운동권 시민 단체가 촉발하는 분노는 민주당의 선거 승리를 돕고, 민주당 정권은 다시 시민 단체를 돕는 '순환 생태계'가 형성돼 있다. 정의연이 전형적 사례다. 정의연이 한일 위안부 합의를 거부하고 대중의 분노를 일으켰다. 이를 포함한 우리 사회 다양한 분노는 문재인 정부 지지의 큰 축을 이루고 있다. 정의연은 종전의 40배에 달하는 국고보조금과 누구도 못 건드리는 '성역'이라는 보답을 받았다. 그 성역 속에서 그런 돈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아니라 다른 곳으로 흘러갔다. 이는 일종의 비즈니스처럼 보인다. 한상진 교수가 "시민사회 대변이 아니라 국가권력을 중심으로 한 기득권 집단" "정의연은 도덕성을 무기로 활용"이라고 한 것도 비슷한 얘기다.

    운동권 무자본 특수법인의 분노 비즈니스는 위안부 문제만이 아니다. 미선·효순 사건, 광우병 사태, 세월호 사태, 사드 사태 등이 모두 분노의 소재가 됐다. 문제가 해결되면 분노가 사라지기 때문에 곤란하다. 진상 규명은 끝이 없어야 한다. 지금 3차인 세월호 진상 규명위는 필요에 따라 4차, 5차로 넘어갈 것이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윤미향에게 "굴복하지 말라"고 했다. 굴복이라니, 책임 안 져도 되는 성역의 '특수법인'에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기고자 : 양상훈 주필
    장르 : 고정물
    본문자수 : 2395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
    인쇄 라인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