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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상인 200명 평생 모은 돈을… 들고 튄 대부업자

    전주=김정엽 기자

    발행일 : 2020.05.28 / 사회 A12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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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0만원 맡기면 月이자 40만원"
    300억원 투자금 모은뒤에 잠적

    "아들 결혼 자금으로 모아둔 2억원을 모두 날렸습니다." 27일 오후 전북 전주 중앙시장에서 만난 A씨는 "최근 한 대부업체로부터 금융 사기 피해를 봤다"고 했다. "3개월 동안 월(月) 이자 6%를 보장하고, 3개월 후엔 원금을 돌려준다"는 대부업체의 말을 믿고 평생 모은 돈을 맡겼다. 시장에서 옷 가게를 하는 A씨는 2억원을 넣으면 월 1200만원의 이자를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투자를 결정했다고 한다. 바로 옆에서 건어물을 팔고, 신발을 파는 상인들이 이 대부업체를 이용해 큰돈을 만져왔던 것을 봐왔던 터라 믿고 돈을 맡겼다. 첫 달에 1200만원의 이자가 입금되자 A씨는 "대부업체가 사기를 치는 게 아니구나"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A씨는 대부업체 대표 B씨가 회삿돈 300억원을 들고 잠적했다는 날벼락 같은 사실을 알게 됐다. B씨는 지역 은행에서 수년 동안 일하며 시장 상인들과 친분을 쌓아왔고, 은행을 그만둔 뒤 지난 2018년 대부업체를 차렸다. B씨를 믿고 투자했던 상인은 중앙시장과 모래내시장 두 곳 합해 약 200명이나 됐다. 두 시장 전체 상인 530명의 40%에 달한다. 일부 상인은 이미 고소장을 경찰서에 제출했다. A씨도 곧 고소에 동참할 계획이다.

    상인들의 말을 종합하면 B씨가 대표로 있는 대부업체는 지난해 가을부터 본격적으로 상인들을 상대로 투자금을 모았다고 한다. 처음엔 하루 1만원씩 100일 동안 투자금을 넣으면 연 7~10% 정도 이자를 줬다. 다른 상인을 소개해주는 상인에겐 약속한 것보다 더 높은 이자를 주기도 하면서 신뢰를 쌓았다. 그러다 몇 달 전 '1000만원을 투자하면 월 40만원의 이자를 지급하겠다'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피해 상인들은 "오랫동안 친분이 있던 B씨를 믿고 돈을 맡겼고, 이자도 꼬박꼬박 받았기 때문에 의심하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그런데 지난 3월부터 이자와 원금이 들어오는 날이 들쭉날쭉했고, 이번 달 중순부터는 아예 입금이 되지 않았다.

    모래내시장 상인회와 중앙시장 상인회는 대책위원회를 만들어 피해 접수를 받고 있지만, 일부 상인은 접수를 꺼리고 있다. 현재까지 상인 530여 명 중 70여 명만 접수했다. 조신열 전주 중앙상가 사업협동조합 부장은 "남편 몰래 수천만원을 대출받아 투자한 사람도 있고, 친척들 돈을 모아 투자한 상인도 있다"며 "사기를 당한 사실이 알려지면 가정불화를 겪을까 봐 개별적으로 경찰에 고소장을 넣고 있다"고 말했다. 이완열 전주 모래내시장 상인회장은 "재난지원금이 풀리면서 다시 장사가 잘되기 시작했지만, 상인들의 얼굴은 어둡기만 하다"며 "수억원 투자 사기를 당한 상인은 매일 죽고 싶다는 말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알려진 피해액은 300억원가량이나 경찰 수사가 진행되면 피해 규모는 더 커질 수도 있다. 경찰 관계자는 "정확한 피해 규모 등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B씨는 지난해 11월 인천에서도 비슷한 수법으로 범행을 저질러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최근 열린 공판에 출석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기고자 : 전주=김정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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