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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은 선생님] [식물이야기] 작물 생산과 꿀벌

    최새미 식물칼럼니스트

    발행일 : 2020.05.28 / 특집 A31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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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꿀벌이 전부 사라지면 과일·견과류 생산량 23% 줄어든대요

    향긋한 꽃향기가 코끝을 간질이는 5월이면 활짝 핀 꽃과 함께 떠오르는 곤충이 있어요. 바로 꿀벌이지요. 본래 꿀벌은 봄이면 꽃과 꽃 사이를 열심히 오가며 부지런히 일을 시작하는데, 이상하게도 요새는 '붕~' 하는 꿀벌의 날갯짓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요.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가로수 가까이만 가도 귓가를 맴도는 꿀벌을 피하느라 도망다녔던 것 같은데 말이지요.

    꿀벌은 꽃과 꽃을 이어주는 '매개 곤충'이에요. 꿀벌은 꽃 속을 뒤지거나 잎자루 끝에 달린 꿀샘을 찾아 채밀(꿀을 뜨는 것) 활동을 합니다. 이 과정에서 꿀벌은 몸에 꽃가루를 묻혀 다른 꽃으로 옮겨 주지요. 다른 꽃 암술머리에 꽃가루를 묻혀 수분(受粉·수술의 화분이 암술머리에 붙는 일)이 일어나고, 곧 수정이 일어나 열매를 맺어요. 벌떼 한 무리는 4만~6만 마리의 꿀벌로 이루어지는데, 이 벌떼 한 무리가 하루에만 꽃 3억 송이의 수분을 도와줍니다.

    꿀벌은 이렇게 브로콜리, 양파, 가지와 같은 채소부터 수박, 딸기, 키위 같은 과일, 아몬드나 캐슈넛 같은 견과류까지 100가지 이상 작물의 수분을 돕는답니다. 이렇게 꿀벌이 지구를 위해 하는 일은 연간 수조원의 가치에 이른대요.

    문제는 최근 꿀벌이 매우 줄어들고 있다는 점입니다. 1980년과 비교해 2010년대 미국과 유럽의 꿀벌 개체 수가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어요. 꿀벌 수가 계속 줄면 장기적으로 인간이 작물을 통해 섭취하는 비타민A, 비타민B, 엽산과 같은 무기질 공급이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주요 영양소가 풍부한 아몬드나 블루베리는 대부분의 수분이 꿀벌에 의해 이뤄지기 때문에 더욱 위기라는 지적이에요. 이 때문에 사람이 일부러 붓에다 꽃가루를 묻혀 옮겨주는 등 임시방편을 쓰고 있지만, 이런 방식으로는 꿀벌의 생산성을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답니다.

    연구자들은 꿀벌 감소의 원인을 파악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로 식물의 개화기(꽃이 피는 때)가 짧아진 점, '네오니코티노이드' 등과 같은 독한 살충제를 뿌린 꽃의 꽃가루를 꿀벌이 먹고 죽은 것이라는 분석, '낭충봉아부패병'과 같은 꿀벌 바이러스가 창궐한 점 등이 주요 이유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담배나 오이와 같은 식물에 병을 일으키는 담배둥근무늬바이러스(TSRV)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꿀벌에게 전염된 사실도 밝혀졌지요.

    꿀벌이 사라진 생태계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상하기 쉽지 않아요. 꿀벌이 줄면 작물 생산이 줄어들어 자연스레 목축도 줄어들 수 있고요. 2015년 하버드 공중보건대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꿀벌을 비롯한 꽃가루 매개 곤충들이 전부 사라질 경우 과일 생산량은 22.9%, 채소는 16.3%, 견과류는 22.9% 감소할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기고자 : 최새미 식물칼럼니스트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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