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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수출국 중국에 밉보인 죄… 호주, 30년만의 불황 위기

    이건창 기자

    발행일 : 2020.05.28 / 국제 A16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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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주총리 '코로나 中책임론' 언급
    中, 보리 관세 부과 등 경제보복
    對中수출 34%… 경제 의존도 커
    中유학생 끊겨 대학들 손실 6조
    재정난 퀸즐랜드大 문 닫을 판

    1909년 설립돼 '호주의 아이비리그'라 불리는 퀸즐랜드대가 재정난으로 문을 닫게 생겼다.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호주 정부가 지난 3월부터 국경을 봉쇄하자, 전교생의 약 20%에 달하는 7000여명의 중국 유학생 대부분이 등록금을 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피터 바게스 총장은 "호주에 이 정도로 중국 학생이 많다는 건 충격"이라고 했다. 호주 정부는 중국 유학생 실종으로 대학들이 올해 첫 학기 80억호주달러(약 6조5000억원)에 달하는 등록금 손실을 낼 것으로 추산한다.

    호주 서부 어업 도시 제럴턴의 어부들은 지난 2월 랍스터잡이를 완전히 망쳤다. 이곳에서 잡히는 바닷가재는 붉은 용을 연상시키는 생김새 덕에 중국으로 거의 전량 수출됐다. 매년 춘제(중국의 설) 시즌 1000억원어치 정도씩 수출했다. 하지만 올 춘제 때는 중국의 코로나 봉쇄로 수출 길이 닫혀 이 도시의 랍스터 산업은 완전히 멈췄다.

    2002년 사스 때도, 2008년 금융 위기 때도 버텨냈던 호주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991년이 마지막 불황이었을 만큼 선진국 중 막힘 없이 성장해 온 호주가 30년 만에 경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했다. 1991년 이후 호주 경제 성장률은 평균 3.2%를 유지해왔다. 글로벌 금융 위기가 닥친 2008년에도 3.7% 성장했다. 하지만 6월 말 호주의 실업률은 기존의 2배 수준인 10%로 상승할 전망이다.

    중국 의존도 심화가 중요한 요인이다. 2000년 호주 전체 수출의 5.5%에 불과했던 대중국 수출액 비율은 2018년 34.7%로 뛰었다. 2015년 양국은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했고, 호주 외국 유학생의 38%, 전체 관광객의 15%가 중국인일 정도로 끈끈한 관계를 맺어왔다.

    코로나는 두 나라의 관계를 확 바꿨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지난달 21일 "(코로나 기원을 밝히는) 조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중국이 그간 내놓은 것과는 다른 시각을 가질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 편에 서서 중국의 코로나 책임론을 거론한 것이다. 청징예(成競業) 호주 주재 중국 대사는 "호주 정부가 코로나 발생 원인 조사를 진행할 경우 중국 학생과 관광객의 호주 방문이 끊길 수 있다"고 반발했다.

    중국의 위협은 즉각 현실화했다. 지난 12일 중국 정부는 호주산 소고기 수입을 부분 중단했다. 호주 소고기 수출의 24%를 차지하는 중국이 문을 걸어잠그기 시작한 것이다. 18일에는 호주산 보리에 대해 최대 80%까지 관세를 부과한다고 했다. 사실상 보리 수출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호주 매체들은 "2017년 중국의 사드 보복이 한국 경제에 미친 영향은 105억호주달러(약 8조5000억원)에 달한다"며 중국의 경제 보복 위력을 전하고 있다.

    양국 갈등은 격화하고 있다. 최근 영국이 중국 거대 통신 기업 화웨이 기술 사용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방침을 밝히자 호주 관료들은 이를 환영하는 입장을 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27일 "호주는 화웨이를 대하는 태도에서 중국을 화나게 했고 후폭풍이 따를 것"이라고 했다.

    미국은 미국대로 전통적 동맹국인 호주를 압박하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24일 호주 스카이뉴스 인터뷰에서 "(호주가 중국과 통신 프로젝트를 한다면) 미 안보를 위해 호주와의 정보망을 끊을 것"이라고 했다. 앞서 호주 빅토리아주가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에 동참하겠다고 하자 직접 경고를 날린 것이다. 전통적인 안보 동맹 미국과 최대 경제 파트너 중국 사이에서 호주는 덫에 빠진 상태다.

    전문가들은 호주에 대한 중국의 보복이 전 세계에 보이는 본보기라고 분석한다. 중국에 반대하면 어떻게 되는지 다른 나라들에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리처드 맥그리거 로위연구소 연구원은 CNN에 "중국이 호주를 그토록 가혹하게 몰아붙이는 모습을 본 다른 국가들이 중국과의 관계를 재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그래픽] 호주의 대중국 수출 의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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