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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視角] 백선엽 대신 김원봉 묻을 텐가

    양승식 정치부 기자

    발행일 : 2020.05.29 / 여론/독자 A38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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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25전쟁 영웅인 백선엽 장군에 대한 현충원 안장 논란이 커지면서 군은 분노와 실망감에 빠져 있다. 군 관계자는 "보훈처가 창군 원로인 백 대장에게 서울현충원 안장이 어렵다는 뜻을 전했다는 얘기를 듣고 '분노'와 '서글픔'을 느꼈다"고 했다. 더구나 백 장군에게 "친일 논란 때문에 국립묘지에서 뽑혀나갈 수 있다"는 말까지 했다는 데는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는 얘기가 나왔다. "군과 호국 인사들을 경시하는 풍조가 해도 너무한다"는 것이다.

    백 장군 측은 격앙하기보단 담담하게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 정권에서 군 원로로 제대로 대접받은 적도 없거니와 앞으로도 예우받을 것이라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서울현충원이 아닌 대전현충원 가는 것도 거부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군 내부에선 "현 정부가 군을 너무 무시한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온다. 청와대 행정관들이 참모총장급 군 고위 인사를 전화로 불러들여 불편한 소리를 했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지난 2017년에는 장성 진급 인사를 앞두고 변호사 시험에 갓 합격한 청와대 5급 행정관이 계룡대에 있던 육군 참모총장과 서울의 한 카페에서 독대했다. 이달 초에는 김도균 국방부 대북정책관이 사단장 경력도 없이 수도방위사령관에 발탁됐다. 현역 군단장(중장)은 청와대 국방개혁비서관으로 격을 낮춰 이동했다.

    보훈처는 작년 국립묘지 안장 대상에서 20년 미만 복무 군인을 제외하고 '공권력에 의한 집단 희생자'와 민주화 운동 사망자를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한 바 있다. 정부는 코로나 긴급재난지원금 추경을 편성하며 국방 예산을 1조5000억원가량 삭감했다. 현 정부는 "역대 정부 중 국방 예산 상승 비율이 가장 높다"고 내세워왔지만, 정작 급할 땐 국방 예산을 가장 먼저 삭감했다.

    이런 상황에서 백선엽 장군에 대한 푸대접은 군에 다시 한번 충격과 분노를 일으키고 있다. 보훈처는 "단순히 그렇게 될 수 있다는 상황 설명을 한 것"이라고 했지만, 상황 설명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말이 많다. 정부의 이런 행동은 뿌리가 깊다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

    정부는 지난해 북한 정권의 개국 공신인 김원봉의 독립 유공자 서훈을 검토했다. 김원봉은 독립군이었지만 남한을 공격한 북한 장관을 지냈고 그 공로로 훈장도 받았다. 이에 반해 백 장군은 한때 만주군에 복무했지만, 이후 6·25 때 자유 대한민국을 온몸으로 지켰다. 여권은 김원봉 논쟁이 일었을 땐 "공과를 나눠 봐야 한다"고 했지만, 백 장군은 20대 때의 일부 행적을 들어 "친일파"라고 몰아붙이고 있다. 북한의 공신은 유공자로 서훈할 만하고, 창군 주역이자 나라를 지킨 전쟁 영웅은 국립묘지에도 모시면 안 된다는 게 이 정권 일부의 인식인 것이다. 자기들 입맛에 따라 역사도 인물도 재단하겠다는 독선이 아닌지 되돌아볼 일이다.

    기고자 : 양승식 정치부 기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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