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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훈 칼럼] '기생族'들

    박정훈 논설실장

    발행일 : 2020.05.29 / 여론/독자 A38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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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재판을 통해 재방영되고 있는 조국 전 장관 부부의 행각을 보면서 영화 '기생충'을 다시 떠올렸다. 영화에서 송강호가 연기한 기택의 아들딸은 과외 일자리를 따내려 가짜 재학 증명서를 만든다. 조국 부부는 총 18건의 문서를 위조한 혐의로 기소됐다. 각종 인턴 확인서와 표창장, 봉사 증명서 등을 위조했다는 증거와 증언들이 재판에서 속속 공개되고 있다. 정경심 교수가 총장 직인을 오려내 가짜 표창장을 만든 것은 기택의 딸이 포토샵으로 직인을 따붙인 것과 판박이다. 기택의 자녀들은 위조 증명서로 언덕 위 박 사장 집에 진입했고, 조국 부부 자녀는 위조 문서로 대학·대학원에 들어갔다는 혐의를 받는다.

    그래도 기택의 아들은 "아버지, 전 이게 범죄라고 생각하지 않아요"라며 당당하다. "내년엔 꼭 이 학교에 들어갈 거니까"란 이유로. 조국 부부도 일체의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검찰개혁 방해 세력의 음모"니까. 자기 합리화의 최면이 '기생충'들의 죄의식을 없애고 있다. 선악의 구도와 배경은 다르지만 영화 속 기택네와 현실 속 조국 일가는 평행 세계처럼 보인다. 봉준호 감독이 마치 조국 사태를 예견한 것 같다는 말까지 나온다.

    '기생충'은 한국 사회의 구조적 불평등을 그린 음울한 블랙 패러디다. 도저히 넘을 수 없는 계급의 장벽 앞에서 기택 가족은 부자에 기생하는 삶을 택한다. 현실 세계엔 또 다른 형태의 '이념형 기생충'들이 존재한다. 입으론 정의와 공정을 독점하면서 남의 몫에 올라타고 이익을 가로채는 좌파 위선자들이 넘쳐나고 있다. 기택네는 먹고살기 힘들어 기생충이 됐지만, 좌파 기생족(族)은 남을 이기고 더 큰 권력을 쥐려 기생충 짓을 한다.

    지난 총선, 우리는 국민 세금에 빨대 꽂은 정치권력의 실상을 생생히 목격했다. 온갖 명목을 붙여 현금을 퍼붓고, 타당성 조사까지 면제하며 수십조원 규모 지역 민원을 해결해주었다. 선거 이틀 전 아동수당이란 명목으로 1조원어치 상품권을 뿌리고, 선거에 이기면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주겠다고 노골적 매표(買票)에 나섰다. 국민을 위하는 양 생색냈지만 그 돈은 다 국민이 낸 세금에서 나온다. 국민 돈으로 선거운동하고 유권자 세금으로 정파적 이익을 취한 것이다.

    어떤 운동권 출신은 4년 전 총선에서 낙선한 뒤 지역구 소재 공공기관 이사장에 낙하산 임명됐다. 그는 임기 내내 기관 돈으로 선거운동 한다는 논란을 빚었다. 지역 구민을 초청해 행사를 갖고, 자기 이름 붙은 현수막을 내거는가 하면, 노인정에 이사장 명의 상품권을 뿌렸다. 온갖 방법으로 자기 PR을 하더니 총선 직전 중도 사퇴하고 선거에 나가 당선됐다. 그렇게 법인카드로 밥 사고 경조사비 쓰는 '낙하산 기생충'들이 공기업마다 진을 치고 있다. '탈원전 기생족'도 있다. 정권 비호를 받는 586 운동권 출신들이 탈원전 정책에 기생하며 태양광 이권을 싹쓸이하고 있다.

    이 정부는 국민에게 부동산 재테크를 하지 말라고 했다. "사는 집 아니면 파시라"고 겁주더니 정작 고위 공직자들은 3명 중 1명이 두 채 이상 집을 갖고 있었다. 다주택자를 죄인 취급하는 정부 기준에 따르면 이들은 타인의 집 살 기회를 편취한 투기꾼일 뿐이다. 어떤 의원은 무려 5채를 보유했고, 어떤 장관은 자기 지역구에서 재개발 딱지로 16억원을 벌었다. 문재인 정권의 호위 무사라던 청와대 대변인은 재개발 건물에 빨대를 꽂았다. 불황을 못 이겨 나온 급매물 상가를 값싸게 사더니, 치킨집이 문 닫고 호프집이 폐업한 자영업의 폐허 위에서 재태크 잔치를 벌였다. 그가 사들인 직후 기다렸다는 듯 개발 호재가 잇따랐고 그는 거액의 차익을 올렸다.

    그리고 윤미향이다.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기생했다는 희대의 흑막이 불거졌다. 이용수 할머니는 30년간 윤 당선인에게 속았다고 했다. 기부금 수십억원이 장부에서 실종됐다. 할머니들을 내세워 모금한 돈이 할머니들에겐 쓰이지 않았고, 할머니들을 위해 만들었다는 쉼터는 윤 당선인의 개인 별장처럼 사용됐다. 소득이 변변치 않은 윤 당선인 가족은 대출 한 푼 없이 자기 돈으로 5차례나 집을 살 만큼 현금 부자였다. 그녀의 딸은 거액이 든다는 미국 대학에 유학 중이다. 이 부조리한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그중에서도 기막힌 것은 윤 당선인이 위안부 문제 해결을 바라지 않았다는 의혹이다. 일본과의 협상을 담당했던 천영우 전 외교안보수석이 그렇게 증언했다. 위안부 합의가 이뤄지면 자기 할 일이 없어져 정대협 문을 닫아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더라는 것이다. 숙주(宿主)가 사라지면 살 수 없다는 것을 기생충은 안다.

    영화에서 기택의 아내는 자기네 처지를 '바퀴벌레'로 자조한다. "박 사장이 집에 오면 바퀴벌레처럼 숨겠지"라면서. 기생충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숙주에게 들키는 것이다. 두 눈 부릅뜨고 감시해야 할 위선적 기생충들이 너무나도 많다.
    기고자 : 박정훈 논설실장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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