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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91) 성벽(城壁)과 교량(橋梁)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발행일 : 2020.05.29 / 여론/독자 A39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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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부 위협으로부터 제 안전을 지키려는 사람들은 담을 쌓는다. 성벽(城壁)은 그래서 '전쟁 의식'의 소산이다. 담을 올리는 작업은 축성(築城)이다. 중국은 아주 오래전부터 이에 집착하는 특징을 보인다.

    신석기 시대 이후 청(淸) 이전까지 중국은 길고 굳센 담을 쌓고 또 쌓았다. 인류가 쌓은 세계에서 가장 긴 담, 중국 '만리장성(萬里長城)'의 역사와 문화적 맥락에서 그 점을 충분히 엿볼 수 있다. 언어의 흔적에서도 이 점은 두드러진다. 위기가 올 때마다 예나 지금의 중국은 늘 "여럿의 뜻으로 성을 쌓자(衆志成城)"는 구호를 외친다. 아주 튼튼한 장벽을 세우려는 갈망은 '구리와 쇠로 만든 담(銅牆鐵壁)'이라는 성어도 낳았다.

    견고한 성벽 앞에 펄펄 끓는 물이 흐르는 해자(垓子)까지 있으면 더 좋다. 금성탕지(金城湯池)다. 높아서 기어오르기 힘든 성벽에 깊어서 건너기 힘든 해자까지 갖추면 고성심지(高城深池)다. 그런 담[堵]을 쌓아야 탈 없이[安] 살 수 있다는 것일까. 옛 한자 단어 '안도(安堵)'라는 말도 그 맥락이다. 단어의 요즘 뜻은 "마음을 놓다"다. 그러나 본래는 '담 안에서 편하게 살다'의 의미다. 2000여 년 전의 '사기(史記)'에 등장한다. 일찌감치 숙성한 담을 향한 열망이다. 어디서든 담을 쌓지 않으면 불안한 중국인들의 의식 갈래를 살필 수 있다. 그런 담쌓기는 물론 중국의 전유가 아니다. 늘 전쟁을 피할 수 없었던 인류 보편의 행위다.

    이제 지구촌의 담이 곳곳에 또 들어선다. 미·중 마찰, 코로나19로 인해 엉클어진 세계화의 행보 때문이다. 이제는 "지혜로운 이는 다리[橋梁]를 놓고, 어리석은 자는 담을 쌓는다"는 아프리카 속담을 생각해 볼 때다. 미국의 경제 제재를 두고 중국이 많이 인용하는 말이지만, 사실은 전통적 '축성의 사고'로 갈등을 양산한 중국이 먼저 되새길 내용이다.
    기고자 :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장르 :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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