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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선 LIVE] 위협이 위협을 낳고 결국 충돌했다

    강인선 부국장

    발행일 : 2020.05.29 / 여론/독자 A39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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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외교전략조정 통합분과회의를 열었다. 미·중 갈등 문제를 다루기 위한 회의였으나 정작 가장 중요한 현안인 홍콩보안법에 대해선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고 한다. 강경화 장관은 모두 발언에서 미국이나 중국이란 단어를 언급하는 것도 조심스러워했다고 한다.

    미·중 갈등은 늘 어려운 선택을 요구한다. 이번에도 미국은 한국에 화웨이 보이콧, 반(反)중국전선인 경제번영네트워크(EPN) 참여, 홍콩 국가 보안법에 대한 미국 입장 지지 등을 요청하고 있다. 중국도 외교 채널을 통해 자국 입장 지지를 요청하고 있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애매한 입장을 취하는 경우가 잦아 중국 입장에서 한국은 미국 아시아 동맹 전선의 약한 고리가 됐다. 반면 미국 입장에서 문 정부는 동맹국인데도 중국 쪽으로 기울고 싶어하는 불안한 고리이다.

    지금 격화하고 있는 미·중 갈등은 단기적으로 트럼프의 재선을 둘러싸고 벌어진다. 불과 석 달 전까지만 해도 트럼프의 재선 전략은 탄탄한 경제 과시하기였다. 실업률은 기록적으로 낮았고 주식시장은 사상 최고의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코로나가 미국에서 석 달 만에 10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후 상황이 달라졌다.

    코로나 위기 이후 미국 경제가 얼어붙어 트럼프는 재선을 위한 최대 자산이던 성과를 잃고 빈털터리가 됐다. 대신 방향을 급선회, 중국 때리기에 나섰다. 이런 전략이 먹히는 배경은 미국에서 중국에 대한 반감과 피로감은 민주·공화 별 차이 없이 초당적으로 공유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미 의회가 최근 위구르 인권 정책 법안을 통과시킨 데서도 나타나듯, 행정부와 의회 사이에도 차이가 없다. 더 중요한 기반은 미국의 대중 여론 악화이다. 퓨리서치 센터의 최근 여론 조사를 보면 미국 성인 66%가 중국에 부정적이다. 지난 15년간 조사 결과 중 최고치이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생각은 백악관이 지난주 미 의회에 제출한 '중국에 대한 미국의 전략적 접근' 보고서에 잘 정리돼 있다. 1979년 미·중 국교정상화 이후 지난 40년을 평가한 이 보고서를 보면 미국이 국교정상화를 후회하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중국에 대한 실망감이 역력하다. 당시 미국은 미·중 관계가 깊어지면 중국의 정치·경제적 개방이 이뤄져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책임 있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란 희망을 갖고 있었다. 보고서는 그러나 "중국 내 정치·경제적 개혁의 범주를 제한하는 중국 공산당의 의지를 과소평가했다는 점이 명백해지고 있다"고 했다.

    그레이엄 앨리슨 교수는 그의 책 '예정된 전쟁'에서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언급하며 "위협이 위협을 낳아 경쟁과 대립이 생겨났고 결국 충돌을 일으켰다"고 썼다. 기존 강대국이 급부상하는 신흥 강대국에 위협을 느껴 불안해하면서 결국 두 나라는 전쟁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군사·경제·기술 등 국력의 모든 면에서 중국은 여전히 미국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그럼에도 미·중 갈등이 점점 더 위험해 보이는 이유는 위협이 위협을 낳다가 결국 위기의 함정에 빠질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트럼프 정부 들어 미·중 갈등 격화는 이미 예고된 상황이었다. 미·중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을 때 우리 국익과 미래를 위한 최선의 결정이 무엇인지에 대한 냉정한 정부 보고서 하나쯤은 진작에 나왔어야 했다.

    미국 대선까지 앞으로 5개월은 미·중 갈등 관계의 최난구간이 될 것이다. 미·중 사이에서 우리는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릴 수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국회에서 177석을 차지한 여당과 정부가 달리 견제할 세력도 없는 상황에서 공개적으로 토론 한번 제대로 안 한 채 자칫 부실한 선택을 할 가능성이다. '위기의 함정'만큼 두려운 것은 신중함으로 포장된 우유부단과 침묵의 함정이다.
    기고자 : 강인선 부국장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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