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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트 열풍 덕에… 요즘 여중생도 제 팬클럽 들어와요"

    신동흔 기자

    발행일 : 2020.05.29 / 사람 A27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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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뷔 35주년 맞은 주현미, 흘러간 50곡 얘기담아 에세이 내
    옛노래 부르는 '주현미TV'도 인기 "우리 가요에 숨은 사연 찾아내죠"

    "대중의 사랑을 받은 노래에는 한 시대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요. 한번 잊히면, 그 시절에 대한 기억과 정서도 사라질 것 같아 제가 부르기 시작했죠."

    데뷔 35주년을 맞은 가수 주현미(59)는 2018년 11월부터 '주현미TV'를 운영하고 있다.

    서울 도곡동 지하 스튜디오에서 매주 한두 곡 클래식 기타와 아코디언 반주만으로 흘러간 옛 노래를 다시 불러 유튜브에 올린다. 지금까지 130여 곡의 주현미 버전 전통가요가 쌓였다. 그는 "1000곡을 채울 계획"이라고 했다.

    일일이 가사를 재확인하고, 옛날 음반을 꺼내 멜로디를 확인하는 만만치 않은 작업. 주현미는 "1920~1940년대 노래는 가사나 멜로디가 바뀐 채 굳어진 게 많아, 고증을 거쳐 최대한 오리지널에 가깝게 편곡한다"며 "1942년 곡 '낙화유수' 원곡을 확인하려고 일본 팬클럽 인맥까지 동원했다"고 했다. 기타·아코디언 반주를 고집하는 것도 원곡 느낌을 살리기 위해서다.

    예상치 못한 성과도 있다. 유튜브 화면 아래에 '노래 이야기'를 짤막하게 담았더니 인기가 좋았다. 예컨대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로 시작하는 '봄날은 간다'(1953)에 "우리 아들 장가갈 때는 열아홉에 시집올 때 입은 연분홍 치마와 저고리 꺼내 입을 거야"라고 했던 작사가 손로원씨 어머니의 사연을 넣었다. '이런 사연이 있을 줄이야' 하면서 열광하는 팬들이 생겨났다.

    그는 "'처녀뱃사공'은 입대한 오빠 대신 나룻배를 저은 소녀 이야기라거나 '이별의 부산정거장'은 피란 생활의 애환을 담은 노래라는 걸 알려드리며, 함께 노래 부르는 모든 과정이 참 행복하다"고 했다.

    최근에는 노래 50곡에 얽힌 사연을 담아 '추억으로 가는 당신'(쌤앤파커스)을 출간했다. 여기에 중학 시절 어린 딸 등 떠밀어 노래자랑 무대에 세웠던 아버지에 대한 추억, 약사 시절 약속된 가수가 오지 않아 대타로 부른 노래가 '쌍쌍파티' 테이프로 만들어져 얼떨결에 가수로 데뷔한 이야기도 털어놓았다.

    주현미는 1980년대 1세대 트로트 가수들과 함께 활동했던 것이 너무 소중하다고 했다. "6·25 피란 시절, 가마니를 벽에다 쳐놓고 아날로그로 동시 녹음을 하셨대요. 그분들의 음악 열정을 지금 후배들은 따라가지 못할 것 같아요." 그는 "책을 정리하다 보니, '눈물 젖은 두만강'의 김정구, '홍콩아가씨'의 금사향 같은 분들한테 이야기를 좀 더 들어뒀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고 했다.

    혼자 한 작업은 아니다. 주현미TV에서 기타를 치는 이반석(43) 마스터가 일본 팬클럽까지 수소문해 자료를 모으고 편곡하고 연주까지 도맡았다. 주현미는 "서로 괴롭히는 작업"이라면서, "잘 들리지도 않는 옛날 음반을 '듣기 평가'하듯 온 힘을 짜내서 듣고 편곡하는 이 마스터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2016년부터 주현미 밴드의 마스터로 활동한 이씨는 "비와 술, 항구가 테마인 일본 엔카와 달리, 우리 전통 가요는 한 번 들어서는 알 수 없는 메타포(비유)들이 무수히 숨어 있다"면서 "글로 남긴 가사를 에세이와 함께 읽어보면 트로트의 진가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주현미TV가 수익을 가져다주지는 않는다. 주현미는 "조명에, 밴드에, 노래 저작권료에, 나가는 돈이 더 많다"면서 "지금까지는 노래로 돈을 벌었는데, 이제 돈 쓰는 노래도 좀 하고 싶다"며 웃었다. TV조선의 '미스트롯' '미스터트롯'이 촉발한 트로트 열풍은 그에게 너무나 반가운 일이다. 주현미는 "요즘 제 팬클럽에 여중생들이 유입되고 있다"면서 "이 물결을 타고 실력을 갖춘 인재들과 작품성 높은 노래들이 쏟아지길 기대한다"고 했다.
    기고자 : 신동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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