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검색목록 > 기사상세보기
타이틀

[一事一言] 작가의 말

    이주란 소설가

    발행일 : 2020.05.29 / 문화 A18 면

    종이신문보기
    ▲ 종이신문보기
    대부분의 소설책과 시집의 맨 앞·맨 뒤에는 '작가의 말'이 있다. 그것을 읽는 재미가 꽤 커서, 나는 책을 사면 작가의 말부터 펼쳐 보곤 한다. 소설은 픽션인데, 작가의 말은 솔직해서 그 점이 매력으로 느껴진다. 그 안엔 책을 쓸 때의 의도나 기억들, 앞으로의 다짐들, 몇 년간 쓴 글을 묶어 세상에 내놓는 기분 같은 것들이 담겨 있다. 갑자기 작가의 말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 얼마 전 인상 깊은 '작가의 말'을 읽었기 때문이다. 내가 운영하는 학원에 다니는 H의 글이다. 이곳은 동화책을 만드는 곳인데, 코로나 사태가 닥치기 전 글과 그림을 모두 완성한 아이들이 있었다. 나는 학원 문을 닫고 있을 때 그 애들의 책을 편집했다.

    아이들이 동화를 쓰고 그림을 다 그리고 나면 마지막에 하는 작업들이 있는데, 바로 표지와 제목을 정하고 '작가의 말'을 쓰는 것이다. 모두 아이들이 직접 하고, 나는 편집자의 역할을 한다. 처음엔 내가 인터뷰해서 대신 써주기도 했는데 이제는 모든 아이가 직접 '작가의 말'을 쓰게 되었다. 그동안의 작업에 대해 쓰기도 하고,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쓰고, 꿈에 대해 단 한 줄만 쓰기도 하는 등 각자 자유로운 방식이다.

    현재 편집 중인 '마법학교로부터 온 편지'라는 동화를 쓴 H는 맨 앞장, 작가의 말에 이렇게 한 줄을 적었다. "건강하고 재미있게 사는 것이 꿈이다." 안 그래도 4년 가까이 되는 긴 시간에 걸쳐 책을 완성한 H를 존경하고 있던 나는, 그 문장을 읽고 다시 한 번 그 아이에게 속수무책 빠져버렸다. 그 한 문장이 정말 멋졌다. 한참을 그 문장만 보던 나는 책장으로 가 좋아하는 책들의 '작가의 말'을 다시 읽어 보았다. 2010년에 출간된 황정은의 '백의 그림자'에 적힌 작가의 말 마지막. "모두 건강하고 건강하길." 무겁고 복잡한 마음을 걷히게 해주는, 단정하고 따뜻한 한마디를 들은 기분이었다.
    기고자 : 이주란 소설가
    장르 : 고정물
    본문자수 : 937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
    인쇄 라인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