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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현 기자의 그 영화 그 음악] '트롤'과 주크박스 뮤지컬

    김성현 기자

    발행일 : 2020.05.29 / 문화 A18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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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딸은 '레드벨벳'에 춤추고, 아빠는 하드록을 흥얼흥얼

    요즘 애니메이션, 참 영악하다. 최근 개봉한 미국 애니메이션 '트롤: 월드 투어'를 보다가 문득 든 생각이다. 트롤은 가상의 왕국에서 노래하고 춤추는 요정들. 애니메이션은 아이들 동요나 발라드일 것이란 지레짐작은 금물이다. 90분 내내 종합 선물 세트처럼 풍성한 팝 음악이 쏟아진다.

    세대와 지역에 따라서 삽입곡의 장르를 황금 비율에 가깝게 안배했다는 점이야말로 이 애니메이션의 특징이다. 신디 로퍼와 스파이스걸스의 1980~1990년대 히트곡부터 최근 강세인 전자댄스음악(EDM)과 싸이의 '강남 스타일'까지 그야말로 폭넓은 장르를 선보인다. 신디 로퍼의 '소녀들은 단지 즐거움을 원할 뿐(Girls Just Want to Have Fun)'에서 '소녀'라는 노랫말만 '트롤(Trolls)'로 살짝 바꿔 부르는 방식이다. 이처럼 인기곡을 알뜰살뜰하게 재활용한 작품을 '주크박스 뮤지컬'이라고 부른다. 동전을 집어넣으면 듣고 싶은 곡을 틀어주는 주크박스 기계처럼 히트곡을 모아 놓았다는 의미다.

    한국의 인기 걸그룹 레드벨벳은 K팝 아이돌 그룹 역할로 직접 '목소리 출연'했다. 전 세계 가족 관객을 염두에 둔 다목적 포석이다. 아이들이 최신 히트곡을 따라서 흥얼거릴 때, 옆자리 부모들은 예전 곡을 들으면서 추억에 잠긴다. 스콜피언스와 오지 오즈번 등 1980년대 록 음악도 가미해서 중년의 '아재 취향'도 충분히 배려했다. 애니메이션에서 흐르는 오즈번의 '크레이지 트레인(Crazy Train)'을 듣다가 신나서 머리를 흔들 뻔했다.

    4년 전의 트롤 1편에서 음악이 있는 삶과 없는 삶을 대비시켰다면, 이번 후속편에서는 음악 장르의 대립 구도를 이야기의 뼈대로 삼았다. 팝과 하드록, 클래식과 테크노, 컨트리와 펑크 등 여섯 장르를 대표하는 트롤 부족이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었는데, 하드록의 트롤 부족이 세계 정복에 나선다는 이야기다. 하드록 부족은 클래식 왕국이 "너무 지루하다"고 단번에 파괴한다. 팝 음악에 대해서도 "단조롭고 반복이 많고 가사가 유치하다"고 악담을 늘어놓는다. 록 음악 특유의 공격성에 대한 풍자다.

    하지만 장르 간 대립에서 출발한 '트롤'은 후반에서 화합과 공존의 반전을 선보인다. "화음을 위해선 서로 다른 목소리가 필요해. 혼자서는 화음을 이룰 수 없어." 이처럼 단순 명쾌한 교훈을 정작 현실에서는 실천하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일 것이다. 때로는 아이들 애니메이션이 어른들 세상보다 낫다.
    기고자 : 김성현 기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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