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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企 울리는 '신속통로 제도' 한 달

한국과 중국 정부가 코로나 의무 격리 기간을 대폭 단축해주는 '신속통로' 제도를 지난 1일부터 도입했으나, 그 혜택은 전세기를 띄울 능력이 있는 대기업에만 돌아가고 있다. 신속통로 제도를 이용하면, 방역을 위한 의무 격리 기간 14일을 기다리지 않고, 하루 이틀 만에 활동을 개시할 수 있다. 하지만 양국 10개 항공사가 운항하는 일반 여객기 이용자는 한 명도 이 제도의 혜택을 보지 못했다. 10억원 정도 되는 중국행 전세기를 띄울 여력이 있는 이들만을 위한 반쪽짜리 제도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중 정부는 신속통로 제도를 코로나 시대 양국 경제 협력의 대표적 모범 사례로 꼽고 있다. 실제 지난 22일 삼성전자는 이 제도를 이용해 중국 시안 2공장 증설에 필요한 인력 300여명을 중국에 보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지난 17일 신속통로 제도를 통해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을 다녀왔다. SK이노베이션과 기아차 임직원 220여명도 지난 21~22일 중국 장쑤성 옌청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 제도는 중소·중견기업엔 무용지물(無用之物)이다. 중국에 지사 및 공장을 갖고 있는 중견기업 A사는 이달 초 신속통로 제도가 시행된다는 보도를 접하고 즉각 행동에 들어갔다. 신속통로 이용을 위해 필요한 중국 지방 정부 초청장을 발급받으려고 신청서를 냈지만 거절당했다.

A사 관계자는 "초청장을 신청했던 중국 지방 정부로부터 '전세기를 띄우지 않으면 초청장을 내줄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며 "전세기를 띄울 여력이 되지 않아 중국에 있는 한국 영사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방법이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알아보니 중국행 전세기를 띄우려면 10억원이 넘게 필요하던데, 그걸 감당할 수 있는 회사가 얼마나 되겠느냐"며 "이럴 줄 알았으면 14일 격리를 감수하고라도 곧바로 일반 비자를 신청할걸 그랬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한·중 양국이 신속통로 제도를 합의할 때 꼭 전세기를 이용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과 중국을 오가는 여객기 노선은 10개 항공사(한국 3개·중국 7개)가 각각 1개 노선에 주 1회씩 운항 중이다. 하지만 일반 여객기로 중국에 입국하면 신속통로 제도를 이용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다. 신속통로 제도 창구 역할을 하고 있는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신속통로를 이용한 기업인들은 모두 전세기를 이용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일반 항공편을 이용한 사례는 없다"고 말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지난 28일까지 한·중 신속통로 제도를 통해 중국에 들어간 기업인은 1240명이다. 하지만 신속통로 제도를 통해 중국에 들어간 중소기업은 대기업 협력사뿐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중국에 들어가려는 한국 기업인에 대한 초청장과 비자 발급 권한은 중국 쪽에 있다"며 "중국 쪽에서 방역 관리 차원에서 초청장 발급을 깐깐하게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B사 관계자는 "대기업에 비해 현지 주재원도 적고, 협상력도 약한 중소·중견기업을 위해 신속통로제도 이용 범위를 확대하도록 정부가 노력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한·중 신속통로제

한국과 중국 기업인들이 상대방 국가에 입국할 때 의무격리 기간을 기존 14일에서 1~2일로 최소화한 제도. 양국 합의로 지난 1일부터 시행되고 있으며, 우리 기업인이 이용하려면 중국 19개 지방정부의 초청장을 받은 뒤 비자를 발급받으면 된다. 기고자 : 석남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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