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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朝鮮칼럼 The Column] 전 국민 고용보험은 또 다른 포퓰리즘

    김현숙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발행일 : 2020.07.01 / 여론/독자 A26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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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실현 가능성이나 부작용에 대한 고민 없이 아니면 말고 식으로 정책을 추진한다면 대책 없다. 현 정부가 추진하는 전 국민 고용보험이 딱 그 꼴이다. 코로나19 사태라는 특수 상황 여파도 있긴 하지만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IMF 외환 위기 이후 최대 실업자를 양산한 정부가 잘못된 정책을 수정하는 대신 실업급여를 주겠다고 하니 기가 막힐 따름이다. 최악의 실업 사태를 만들고 나서 이젠 실업에 대비한 고용보험을 모두 들어주겠다니 물에 빠뜨려놓고 구명조끼 던져주겠다는 건가.

    고용보험은 1인 이상 근로자를 고용하는 사업주가 의무적으로 가입하여 근로자에게 실업보험, 고용안정사업, 직업능력개발사업을 제공하는 사회보험이다. 물론 가입 대상이긴 하지만 보험료 부담 때문에 가입을 못 한 영세 사업장 근로자와 일용직 근로자 등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는 필요하다. 급변하는 산업구조와 기술 발전에 따라 바뀌는 일자리 환경에 대응해 고용 안전망을 업그레이드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현 정부가 추진하는 전 국민 고용보험 가입은 그 해답이 아니다.

    현재 고용보험은 개별 사업장에서 사용자와 근로자가 보험료를 같이 내도록 설계했다. 근로자들은 근로계약서를 통해 직무 범위와 근로시간, 보수가 정해지고 나면 매달 보수 일정 비율을 보험료로 납부하면서 실업에 대비한다. 사용자도 별도 보험료 부담을 통해 근로자 실업과 고용 안정에 대한 책임을 분담한다. 그런데 정부 정책에 따라 전 국민이 고용보험에 가입하게 되면 고용보험 보험료 노사 분담 기본 정신은 변질되고 보험기금 재정 건전성은 크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

    우선 가입 대상자 소득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20대 국회에서 법이 통과되어 예술인 고용보험은 조만간 시행된다. 예술인은 서면 계약이 없거나, 프리랜서로 다수 사용자와 용역 계약을 통해 일하기 때문에 개별 계약 대가를 찾아 개인별 소득을 파악하기 어렵다. 새로운 가입 대상으로 논의되는 특수형태 근로종사자 중에도 골프장 캐디, 대리운전 기사, 퀵서비스 기사는 국세청에 사업자 등록이 되어있지 않다. 이들 연간 소득 정보는 사업장 제공자가 국세청에 협조 형태로 제출하는 것이라 소득 파악이 거의 불가능하다. 소득세를 내지 않는 저소득 자영업자들의 정확한 소득은 국세청 자료로도 파악이 쉽지 않다.

    보험료를 분담해야 하는 사용자가 있는지, 있다면 누구인지는 매우 중요하다. 특수형태 근로종사자 중 스마트폰 앱이나 SNS 등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일하는 퀵서비스 기사, 대리운전 기사는 복수 플랫폼을 이용하고, 여러 회사와 거래한다. 그러니 보험료를 부담해야 할 사용자를 특정하기가 어렵다. 자영업자는 자신이 근로자이면서 사용자라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지만, 보험료를 사업주와 나누어 부담하는 임금 근로자와 달리 모두 자부담해야 하므로 가입률이 전체 자영업자 중 0.4%로 아주 저조하다. 전 국민 고용보험 가입 취지에 따라 자영업자 가입을 의무 가입으로 전환하면 자영업자 보험료는 누가 낼 것인지 묻고 싶다.

    예술인, 특수형태 근로종사자, 자영업자는 입직(入職)과 퇴직, 창업과 폐업이 비교적 쉽다. 일한 기간과 시간을 알기 어렵고, 매월 소득 변화가 커서 실업이 비자발적인 것인지, 개인적인 선택에 따른 자발적인 것인지 파악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상대적으로 쉽게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 이는 고용 유지를 위해 사용자와 근로자가 최선을 다했는데도 실업에 처했을 때, 구직급여를 받아 새 일자리를 잘 찾으라는 고용보험 원칙을 훼손하고 도덕적 해이를 부추긴다.

    이직과 실업, 폐업이 빈번한 예술인, 특수형태 근로종사자, 자영업자의 고용보험 계정을 임금 근로자 계정과 분리하지 않으면 '유리 지갑'으로 꾸준히 보험료를 내온 기존 피보험자 피해는 분명하다. 결국 형평성 훼손과 고용보험 기금 재정 고갈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이미 고용보험 기금 적립금은 작년 말 기준 7조3532억원에서 올해 말 1952억원으로 급감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 바 있다.

    책임감 있는 정부라면 전 국민 고용보험 가입이라는 '정치적 쇼잉(showing)'을 할 게 아니라, 일자리 성격이 다른 종사자들이 적절하게 보호받을 수 있도록 현실적으로 가능한 고용 안전망 확충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바닥이 보이는 고용보험 기금을 보험료를 올려서 채운다면 임금 근로자가 모든 피해를 떠안게 되는 셈이고, 세금으로 메꾼다면 고용보험은 사회보험이 아니라 부(富)의 강제적 재분배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기고자 : 김현숙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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