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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우스 하나로… 누구나 자신만의 서체 만들게 할 것"

    채민기 기자

    발행일 : 2020.07.01 / 문화 A16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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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글 디자인을 위한 디지털 실험가들 '글자랑'

    한글은 쉬운 문자지만 최대 1만1172자를 일일이 그려야 하는 한글 폰트(컴퓨터용 서체) 디자인은 쉽지 않은 일이다. 세종대왕이 폰트를 디자인하는 후손의 수고까지는 미처 생각지 못한 모양이라는 우스개가 있을 정도다.

    직장인 유용주(28)·정영록(24)과 대학생 이가경(22)으로 구성된 팀 '글자랑'은 한글의 이런 한계에 도전하고 있다. 서울대 소프트웨어 개발 동아리에서 만난 이들은 사용자가 모양부터 굵기, 색깔, 기울기, 배경 등을 마음대로 정해 폰트를 만들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최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글자랑 팀원들은 "누구나 펜을 쥐면 자기 필체로 글씨를 쓰듯, 누구나 마우스를 쥐면 자기 폰트를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시작은 2018년에 열렸던 동아리 해커톤(짧은 시간에 집중 작업해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대회)이었다. 시각디자인을 전공하면서 자연히 서체에 관심을 갖게 된 유용주가 아이디어를 냈다. 이가경(자유전공학부 언어학 전공)이 "학교에선 음성언어 중심으로 배우다 보니 문자로도 뭔가 해보고 싶었다"며 참여했다. 국사학을 전공한 정영록은 나중에 합류했다. "손글씨를 좋아해서 필사를 많이 했어요. 폰트 디자인도 배웠는데 너무 어렵고 시간도 정말 오래 걸렸죠. 그러던 중에 아이디어를 듣고 함께하게 됐어요."

    시중에는 사용자가 굵기·기울기 등을 조절할 수 있는 '배리어블(가변형) 폰트' 기술이 이미 나와 있다. 이는 글자의 기본 형태를 디자이너가 정하고, 굵기나 기울기도 디자이너가 설정한 최댓·최솟값 사이에서 변경 가능한 방식이다. 글자랑은 글자 모양부터 사용자가 정한다는 차이가 있다. 점과 선을 이리저리 움직여 글자의 뼈대를 만들고 테두리·색상·그림자 같은 효과도 자유롭게 넣을 수 있도록 개발 중이다.

    이들은 "자음과 모음이 조합되는 한글의 특성에 맞춰 설계했다는 점도 알파벳 기반 기존 기술과의 차이점"이라면서 "한글을 자음·모음의 결합 방식에 따라 6가지 모임꼴로 분류하고 같은 모임꼴 글자에는 변화가 한 번에 적용되도록 하고 있다"고 했다. 예컨대 '감'꼴의 글자에서 받침 크기를 키우고 싶을 때 '남'과 '담'을 하나하나 수정할 필요 없이 한 번에 바뀌도록 하는 것이다.

    글자랑에는 컴퓨터공학 전공자가 없다. 스스로를 "한글 디자인을 위한 실험가들"로 소개하는 이들은 "셋 다 디자이너이고 기획자이면서 개발자"라고 했다. 각자 생업과 학업이 있어 주말에만 머리를 맞대고 있지만, 2018년 서울 남산골한옥마을 '한옥한글' 전시에서 글자랑을 선보였고 올해 한글날 서비스 공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아직 구현 못 한 기능도 많고 사용자들의 반응을 보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해요. 한글날이 지나도 끝없이 개발하게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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