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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가 사랑한 우리말] (20) 수굿하다

    박성목 73세·서울 서대문구

    발행일 : 2020.07.01 / 문화 A16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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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은 시절 나는 까칠하고 모난 성격과 밴댕이 소갈머리 같은 속 좁은 생각으로 살아왔다. 그 때문에 가족들과도 자주 부딪치고 직장에서도 동료들이나 상급자와 의견 충돌이 잦았다. 그때는 그래도 내가 생각하는 것이 바른 도리요, 정의로운 길이라는 생각 때문에 날뛰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이제 늘그막에 되돌아보니, 지나간 많은 일이 분수를 모르고 나대던 객쩍은 혈기들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땐 왜 그랬을까? 왜 조금 더 멀리 내다보고 진중하게 행동하지 못했을까? 지나온 내 삶이 후회와 상처투성이로 얼룩진 것 같아 참으로 민망스럽다.

    요즘 '수굿하다'는 말을 자주 생각한다. '수굿하다'는 말을 국어사전에서는 "고개를 조금 숙인 듯하다, 흥분이 좀 가라앉은 듯하다"라고 풀이하고 있다. 나는 수굿이 살고 싶다. 수굿이 산다는 것은 까탈지게 살지 않는다는 말이다. 작은 일, 큰일 가리지 않고 화를 잘 내는 사람은 마음이 너그럽지 못한 사람이다. 장수하는 사람들 평소 모습을 보면 느긋한 성품을 지닌 이가 많다고 한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말이 있다. 모난 성격을 가진 사람은 그 뾰족하고 날카로운 모서리 때문에 자신도 힘들지만 가까운 사람도 마음이 편치 않다. 바닷가 몽돌 같은 둥글둥글한 마음으로 인생을 살아갈 일이다.

    잘난 체하지 않고 뽐내지 않는다. 거친 행동과 큰 목소리로 거들먹거리지 않는다. 겸화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산다. 남의 입장과 처지를 이해하고 배려하며 봉사한다. 이 외에도 소박하다. 순리에 따른다. 겸손하다. 베푼다. 더불어 산다. 이런 마음가짐들이 '수굿하다'에 어울리는 말이 아닌가 한다.
    기고자 : 박성목 73세·서울 서대문구
    장르 : 연재
    본문자수 : 822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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