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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환 "인국공 사태 어려움 말하니 사퇴압력"

    최원국 기자

    발행일 : 2020.09.17 / 사회 A14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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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공항공사 사장 기자 회견

    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국토교통부 고위 관계자로부터 자진 사퇴 압력을 받았다고 16일 밝혔다. 구 사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9월 초 국토부 고위 관계자와 서울 시내에서 식사하며 면담하는데 갑자기 자진 사퇴 요구를 받았다"며 "왜 나가야 하냐고 물으니 이유를 말해주지 않았다"고 했다. 국토부는 최근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 구 사장 해임 건의안을 제출했고, 위원회는 오는 24일 건의안을 심의할 계획이다.

    ◇"사퇴 거부하자 일주일 만에 해임안 올렸다"

    구본환 사장은 이날 해임 건의안과 관련된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그는 "뭐가 그렇게 다급한지 그만둬야 할 이유도 설명하지 않고 (면담 후) 일주일 만에 바로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 해임 건의안을 올렸다"며 "(국토부 고위 관계자의) 심중을 읽을 순 없지만 선택의 여지조차 없게 하는 것이라 불만이 컸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에 불만이나 반발하는 것처럼 보이고 싶지 않다"고 했지만, "(내가 의뢰한) 법무법인의 판단에 따르면 이렇게 해임을 의결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한다"고 했다. "만약 해임된다면 법적 절차를 검토해 대응해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구 사장은 기자회견 후 본지 통화에서 "국토부 관계자가 청와대에서 사퇴를 원한다는 의중을 전하지는 않았느냐"고 묻자 "가급적이면 청와대 이야기는 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관료 생활을 오래 했다. 좋은 것은 청와대가 그랬다고 얘기해야 하고, 나쁜 것은 청와대가 아니라고 해야 한다"고 했다.

    ◇"인국공 사태 합리적으로 하려고 했다"

    일부에선 인천국제공항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청와대나 국토부의 뜻과 달리 매끄럽게 추진되지 못하고 이른바 '인국공 사태'가 벌어진 것이 해임의 배경이라는 말이 나온다. 지난 6월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 보안검색요원 1900여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공정성 논란으로 번졌던 '인국공 사태'의 책임을 정부가 구 사장에게 지우려고 한다는 것이다. 인천공항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7년 취임 직후 방문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0) 정책을 선언한 곳이라 특별 대우를 해준다는 불만이 터졌다. 당시 "불공정하다"는 취업 준비생 등의 반발이 컸고, 사회적인 이슈가 됐는데 구 사장 1명의 책임으로 몰아가려 한다는 말이 인천국제공항공사 주변에서 나온다.

    구 사장은 이날 기자 회견에서 "국토부나 청와대의 당초 계획대로 추진했는데 인국공 사태로 지연되고 있는 것은 맞는다"며 "상황이 이렇게 돼서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으니 사회적인 의견을 수렴해서 합리적으로 하겠다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올해 말 계약이 만료되는 인천 영종도 스카이72 골프장 부지 계약과 관련해 구 사장이 입찰 방식으로 사업자를 다시 정하겠다고 하면서 문제가 생겼다는 관측도 나온다. 기존 사업자는 인천공항 활주로 확장이 연기됐으니 계약을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구 사장은 원칙대로 새로 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라 마찰을 빚고 있다. 구 사장은 이날 본지 통화에서 "기존 사업자와 계약을 연장해야 한다는 말들이 많지만, 원칙대로 새로 정하는 것이 맞는다. 다음 정권에서 청문회에 가든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직원들에게 얘기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1년 전 구 사장이 사용한 20만원대 법인카드 문제와 인사 갈등 논란 등에 대해 감사가 진행 중이라는 입장만 밝혔다.

    ◇해임안 둘러싼 진실 게임 벌어지나

    구 사장은 항공정책실장(1급)을 지낸 국토부 관료 출신이고, 비리에 연루되거나 중대한 잘못이 드러나지 않은 상태라는 점에서 국토부가 해임을 요청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구 사장의 임기는 2022년 4월까지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2019년 경영실적 평가'에서 '양호(B)' 등급을 받은 만큼 경영 실적도 큰 문제가 없다. 국토부 산하 공기업 중에 더 아래인 보통(C)과 미흡(D) 등급을 받은 곳이 4곳이나 된다. 공기업 기관장 해임은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지 못하는 등 사유가 있을 때 기재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거쳐 대통령에게 해임을 건의하는 절차를 밟게 된다. 이 과정에서 구 사장이 폭로성 발언을 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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